경호처 전 간부 '尹, 오찬에서 체포영장 집행 기각될 것이라고 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 간부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21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우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은 "지난 1월 11일 오찬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 기각될 것'이라고 말한 게 맞느냐"는 내란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그건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특검팀이 "총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는 들었느냐"고 묻자 이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관들은 1인 1총이 아니고, 경호관은 1인 1총이니 경찰관보다 (경호관들이) 잘 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자네들이 총을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들이 두려워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본부장은 "그런데 직접 총을 보여주라고 지시한 건 못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총으로 쏴버리면 안 되나. 넘어오면 총으로 쏴버려라"고 지시한 게 맞느냐고 묻는 말에도 "그건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체포영장을 막으라"고 지시한 것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전 한 경호처 직원이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막는 건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보고를 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느냐"고 질문했고, 이 전 본부장은 "직감은 했지만, 김성훈 전 차장에게 말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경호처 직원들은 상명하복에 의해 생활했고, 상관의 지휘나 명령에 거역하는 일은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 "김 전 차장이 많이 고민했을 거고, 그 방식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본부장이 김 전 차장에게 "미친놈들이 오면 때려잡아야죠"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도 공개됐다.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도가 있었던 것이냐"고 묻자 그는 "당시 지휘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치부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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