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꽃핀 한국의 美...APEC 계기로 세계에 알린다

솔거미술관·우양미술관 APEC특별전
한국화 대가 박대성 화백 금수강산 대작 선봬
세계적인 한국 예술가 백남준 작품전

한반도 금수강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전시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화폭에 담았다. 가로 15m 높이 5m의 화폭에 백두산과 제주 한라산, 울산 반구대와 독도의 풍경을 촘촘히 담았다. 작품명은 '코리아판타지'(2023). 평소 대작(大作)으로 유명한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작품이다. 21일 만난 박 화백은 "히말라야, 알프스 다 가봤지만,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최고"라며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주 좋은 곳에 조상들이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21일 박대성 화백이 솔거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코리아판타지'(2023)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경주솔거미술관은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한국 미술 특별전 '신라한향'을 22일부터 내년 4월26일까지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솔거미술관 내 박대성 1~5관에서 진행한다. 경주솔거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을 계기로,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힘을 모아 2015년 8월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박대성 화백을 포함해, 경주 출신 승려이자 불화의 대가인 불화장(佛畵匠) 송천스님과 전통 회화 수복 전문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김민 작가, 폐유리를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박선민 유리공예 작가가 참여한다.

송천스님의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리뉴얼 작품. 서믿음 기자

불교 미술과 기독교 미술의 융합을 통해 종교 간 공통된 진리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송천스님은 대표작 중 하나인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의 리뉴얼 신작을 선보인다. 높이 4m에 이르는 대작으로 왼쪽에는 파란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오른쪽에는 붉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서로 마주 보는 구도로 배치됐다. 송천스님은 "작품을 통해 종교를 초월한 진리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상생과 공전, 화합과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21일 솔거미술관에서 김민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문화재 및 회화 복원 전문가인 김민 작가는 석굴암 본존불과 석가탑, 다보탑을 전통 회화로 재해석했다. 신라의 국교였던 불교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설정이 인상적이다, 전시장 중앙에 물을 가득 담은 물단지는 벽에 걸린 탑의 모습을 물 위로 은은하게 비춰낸다. 김민 작가는 "관람객이 물 위에 손가락으로 파장을 일으키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파장을 경험하게 된다"며 "그런 순간의 은은한 경험을 체험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폐유리병을 리사이클링한 박선민 작가의 작품, 서믿음 기자

박선민 작가 부스에는 아름다운 색깔을 덧입은 폐유리병으로 이뤄진 탑이 들어섰다. 박 작가는 폐유리병의 본래 형태와 색상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블로잉 기법 등을 통해 섬세한 감각을 불러 일으켰다. 블로잉 기법은 페인트나 잉크, 물감 등을 입이나 도구로 불어 퍼뜨려 자연스러운 번짐과 흐름을 표현하는 기법을 지칭한다. 작품의 유리와 유리 사이에는 은박을 입혀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박 작가는 "신라 시대에 유리를 귀한 재료로 여겨 사리를 봉안하는 사리장원구(捨利莊嚴具)로 사용한 것에 착안했다"며 "관람객들이 신라의 찬란했던 미학을 빛의 탑을 통해서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그리고 경주와 신라가 지닌 보석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미(美)와 문화가 다시 한번 더 뻗어나가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2025 APEC 의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 백남준 예술 세계로 조명

1991년 설립된 우양미술관에서도 APEC 경주 개최를 기념해 특별전 '백남준: Humanity in the Circuits'를 전시하고 있다. 1999년대 백남준 소장품을 중심으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올해 APEC 핵심의제를 예술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1년여에 걸친 전면적 리모델링 이후 첫 전시로, 지난 20여년간 미공개한 수복작을 포함해 소장품 12점을 공개한다.

우양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중 '나의 파우스트 경제학'. 서믿음 기자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중 '나의 파우스트 ? 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 ? 영혼성'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내 최초 공개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국내 전시다. '파우스트'가 괴테의 상상력을 총집약한 작품집으로 평가받듯이, 백남준은 자신의 예술성을 총집약하겠다는 의도로 1989~1991년 약 500여점의 '나의 파우스트' 다작(多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시작은 그중 두 점으로, 괴테의 고전을 바탕으로 자본, 윤리, 시간, 존재라는 주제를 동서양의 철학과 기술적 상상력 안에서 교차시킨다. '경제학'이 자본과 인간 가치의 충돌을 형상화한다면, '영혼성'은 기술의 유한성 속에서 기억과 정신이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백남준의 '전자초고속도로' 시리즈 중 한 대의 자동차가 2년 반의 복원 작업 끝에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서믿음 기자

'전자초고속도로' 시리즈는 세 대의 자동차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업이다. 2년 반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그중 한 대를 공개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지우 학예사는 "대전엑스포 때 처음 선보였던 작품인데, 손상이 심해 지난 3년여간 녹을 벗겨내고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며 "서양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자동차와 동양의 가마를 결합하고 그 위에 '전자초고속도로'란 글이 적힌 비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당시 백남준은 '조만간 뭔가가 슈퍼하이웨이를 달리며 세계를 하나로 만들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인터넷을 예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경주에서 발굴된 고대 기마 인물형 토기를 모티프로 삼아 제작한 '고대기마인상', 비디오와 오브제, 사운드와 조형 구조물이 융합된 매체 실험작인 '음악 심' '푸가의 예술'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는 단순한 작가 회고를 넘어 백남준이 구축한 기술, 예술, 인간 사이의 유기적 회로를 되짚어 보며, 2025 APEC 정상회의의 글로벌 비전을 예술 언어로 승화하는 계기로 삼는다. 전시는 오는 11월30일까지 열린다.

문화스포츠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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