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소통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 만나 "지금으로선 단정적으로 말하기 곤란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정상 간 대화는)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기인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예정 없이 한국을 방문,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같은 해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 사태로 북미 대화가 결렬된 상태에서 불과 하루 만에 성사된 판문점 회동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북미대화가 열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발언은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기류 변화를 의미한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남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기대를 높게 잡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설적"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북미대화에 나설 뜻이 있음을 피력하면서 정부 내부의 기대감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어서 실제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난망하다.
한편 이 고위 관계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 이른바 '동맹파'가 너무 많다며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개혁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동맹파와 자주파로 나뉘어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이 대통령 뜻도 그렇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참석자들 모두 실용외교를 추구하는 실용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