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 '베토벤 '황제' 연주할 때마다 도전하는 느낌'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협연
내일 서울 예술의전당 시작
안동·경기아트센터 등 무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항상 새롭고, 연주할 때마다 재도전하는 느낌이 든다."

클래식음악 전문 웹사이트 바흐트랙에 따르면 황제는 지난해 세계 클래식음악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협주곡이다. 교향곡까지 포함해 클래식음악 전체를 따져도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연주됐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그만큼 많이 듣고 또 많이 연주했을 곡이지만 늘 새롭게 느낀다는 사실이 이 곡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백혜선은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 황제를 협연한다. 백혜선은 기자간담회에서 "황제는 웅장한 곡이지만, 2악장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고, 3악장은 우리 모두를 무도회로 데리고 가는 것처럼 경쾌하다"며 곡의 매력을 설명했다. 또 "베토벤의 곡 중 관현악단과 피아노 독주가 가장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이라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사진 제공= 영앤잎섬]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을 다섯 곡 남겼다. 4번 곡까지 모두 베토벤 자신이 직접 초연했지만 5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난청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황제를 작곡할 당시 베토벤이 거주하던 빈은 나폴레옹 군대의 침공을 받았다. 백혜선은 "베토벤이 총이나 대포 소리 때문에 아예 귀가 들리지 않을까 두려워해 지하에 내려가 황제를 작곡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제는 음악 애호가들이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누구나 사랑하는 곡"이라며 "이 곡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과 위로가 잘 전달돼 청중들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혜선은 서울에 이어 25일 안동예술의전당, 26일 경기아트센터, 27일 공주문예회관,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30일 고양아람누리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황제 외에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 서곡,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은 백혜선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주목받는다. 백혜선은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991년 4위를 차지했고, 당시 연주단체가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였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벨기에의 국가적인 큰 행사이기 때문에 지금은 다양한 단체에 연주 기회가 주어지지만 백혜선이 입상했던 당시만 해도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독점했다. 백혜선은 당시 콩쿠르 이후 34년 만에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그는 "콩쿠르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고 협연에 대한 기대도 많이 된다"고 했다.

백혜선은 현재 미국의 세계적인 음악대학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피아노 학과장으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 3월 제자인 김세현이 프랑스 롱 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함께 주목받았다. 2021년 부소니 콩쿠르 2위 김도현, 2023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김송현도 그의 제자다.

백혜선은 "별로 해 주는 게 없는데 요즘 어린 연주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성장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우리 세대 때는 선생님이 롤모델이었는데, 지금 세대는 자신이 롤모델인 것 같다. 요즘 젊은 연주자들은 정보가 워낙 많다. 스스로 각자의 생각이 있어서 하나를 가르쳐주면 확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하고는 다른 생각을 하는데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사진 제공= 영앤잎섬]

백혜선은 "왜 나보다 더 잘 치지라는 생각이 드는 학생들도 꽤 많다"며 임윤찬, 김세현 같은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백혜선은 기량이 뛰어난만큼 후배들이 음악 외의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바랐다. 그래야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음악만 해서는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점을 꼭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백혜선은 "과거에는 음악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많은 것을 알수록 연주자가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고 했다. 또 "고민이 많은 제자들을 볼 때면 아예 한동안 피아노 연주를 쉬라고 조언하기도 한다"며 "음악을 하지 않는 것이 절대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했다.

백혜선은 "항상 기대한 대로 가지 않는 게 인생이기 때문에 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그 다음 어떤 면에서는 그냥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그렇게 늘 걱정하며 최선을 다할 때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늘 살면서 볼 걸 다 봤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늘 서프라이즈는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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