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적당한 바디감과 타닌, 산미의 훌륭한 밸런스. 약간의 스위트함이 더해져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이 기대된다."(김웅 롯데마트 주류팀장)
대중들의 입맛을 가장 잘 아는 와인 전문가들은 '5만원대 히든 레드 와인'으로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된 가메(Gamay) 와인을 선택했다. 잘 익은 레드베리 중심의 과실미가 훌륭하고, 산도와 당도, 타닌 등 구조적 균형미가 빼어나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용성 좋은 와인이라는 평가다.
전 세계의 다채로운 와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2025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이 28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유통업체 와인 소믈리에들이 블라인드 테이스딩을 하고 있다. 2025.08.28 윤동주 기자
아시아경제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에서 개최한 '2025 글로벌 와인앤푸드트립'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 신세계L&B가 수입한 '샤또 데 자크 물랭 아방 2022(Chateau des Jacques Moulin-a-Vent 2022)'이 평균 점수 85.0점으로 레드 와인 부문 1위에 올랐다.
이번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올해 4회째를 맞는 글로벌 와인앤푸드트립에서 시중에 판매 중인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대표 와인 판매처(백화점 3사·대형마트 3사·편의점 3사) 와인 바이어 9명이 심사에 참여했으며,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 나라셀라, 국순당, hy 등 수입사 6곳에서 총 12개 와인을 출품했다. 출품 와인은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5만원대를 기준으로 했고, 포도 품종과 생산지 등은 수입사가 자유롭게 선택했다.
심사는 국제와인기구(OIV)의 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와인의 외관과 향, 맛, 밸런스 등을 고려해 각 와인의 최종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기입했다. 데이터의 이상치에 대한 분포를 줄이고, 중위수를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 '중앙값 통계 방식'을 사용했고, 9명의 심사위원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7명의 점수 평균값으로 점수를 매겼다.
레드 와인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샤또 데 자크 물랭 아방은 '보졸레의 왕(King of Beaujolais)'이라고 불리는 물랭 아방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화강암과 망간을 포함한 토양에서 재배한 가메 품종 100%로 만들어 향과 색상이 짙고 전체적으로 풍만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진한 과일 맛과 긴 여운, 은은한 산미를 지녀 보졸레 크뤼 와인의 우수성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10년까지도 더 두고 숙성해 마실 수 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답게 심사위원단 전반에서 모난 데 없이 균형감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명용진 이마트 주류팀장은 "잘 익은 레드베리 향이 인상적"이라며 "산미가 조금 더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했다. 송승배 세븐일레븐 주류 MD는 "웰-밸런스드"라며 "오늘의 베스트 레드 와인"이라고 호평했다. 김민주 신세계백화점 총괄 소믈리에는 "그릴에 구운 육류나 향신료가 들어간 메인 요리와 페어링이 좋을 것 같고, 수비드(sous vide)로 조리한 육류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면모가 있다"고 평했다.
전 세계의 다채로운 와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2025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이 28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유통업체 와인 소믈리에들이 블라인드 테이스딩을 하고 있다. 2025.08.28 윤동주 기자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조지아 와인도 평균 점수 83.86점의 높은 평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hy가 출품한 '텔리아니 밸리 글레쿠리 사페라비 2020(Teliani Valley Glekhuri Saperavi 2020)'는 조지아 토착 적포도 품종 사페라비로 만든 와인이다. 달걀 모양의 조지아 전통 점토 항아리인 '크베브리(Qvevri)'에서 발효하고, 이후 부드러운 타닌을 위해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완성한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 복합적인 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와인이다.
김민주 소믈리에는 "지금은 강한 타닌이 조금 두드러지는 편이지만 품종의 뉘앙스는 잘 살린 스타일로 잠재력이 좋은 와인"이라며 "대중적으로 충분히 선호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경민석 롯데백화점 소믈리에는 "향에서 주는 오크와 과실, 꽃의 균형미가 인상적"이라고 했고, 신용현 GS리테일 와인 MD도 "향과 밸런스가 전반적으로 좋아 마시기 좋다"고 평가했다. 푸드 페어링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한 붉은 육류 요리가 적합하다는 데 거의 모든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전 세계의 다채로운 와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2025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이 28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유통업체 와인 소믈리에들이 블라인드 테이스딩을 하고 있다. 2025.08.28 윤동주 기자
금양인터내셔날의 칠레 블렌드 와인 '1865 마스터 블렌드 2022(1865 Master Blend 2022)'도 평균 점수 82.71점을 얻으며 호평을 받았다. 1865 마스터 블렌드는 1865 브랜드 중 유일한 블렌딩 와인으로 매년 그해의 특징과 다양성이 반영된 포도밭에서 엄선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시라 60%, 말벡 16%, 카베르네 소비뇽 14%, 프티 베르도 10% 등 4종의 포도가 블렌딩 됐고, 견고한 바디감과 구조감 그리고 조화로운 산도가 함께 우아하고 오래 지속되는 피니시가 인상적인 와인이다.
최혜민 홈플러스 주류 MD는 "미네랄리티의 특성이 우수한 와인으로, 다양한 음식과 함께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고 평가했고, 명용진 팀장도 "타닌과 산도의 밸런스가 좋아서 마시기 편한 와인"이라며 "호불호가 별로 없을 와인"이라고 말했다. 함께 페어링할 음식으로는 김민주 소믈리에는 지중해성 요리를 비롯해 소, 돼지, 양이 전반적으로 두루 어울릴 것으로 평했고, 경민석 소믈리에는 육향이 많은 안창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