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노력 끝에 세무사·관세사 등 전문직 시험에 합격한 청년들이 사회 첫걸음부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입회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거액의 '통행세'를 내야만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게 불합리하다고 느낀다.
관세사 기수별 한국관세사회 신규 입회 현황. 법률신문
문제는 입회비가 비쌀 뿐 아니라 사실상 '강제'라는 점이다. 세무사는 한국세무사회에 최소 300만 원, 관세사는 한국관세사회에 최소 400만 원을 내야만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관련 법률(세무사법·관세사법)이 협회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고, 등록과 동시에 협회에 입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높은 비용은 낮은 등록률로 이어진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무사는 최근 5년간 매년 1000명 안팎이 등록했지만, 2022년 1073명에서 2023년 820명, 2024년 841명으로 줄었고 2025년 상반기 기준 257명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
관세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합격자 대비 등록률은 낮았다. 2020년 합격자(37기) 196명 가운데 다음 해 등록자는 34명(17%)이었다. 2021년 합격자(38기) 역시 166명 중 이듬해 16명(9.6%)이 등록했다. 2022년 합격자(39기)는 235명 가운데 다음 해 29명(12.3%)이 등록했다. 2023년 합격자(40기)도 230명 중 2025년 5월 기준 20명(8.7%)만 협회에 가입했다. 이는 관세사 시험 합격자 발표가 매년 10월에 이뤄지고 합격자가 실습 교육을 거쳐 이듬해부터 실무에 투입되면서 협회 등록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명의 대여'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협회에 입회한 한 명의 이름으로 여러 명이 일을 하는 법인이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명의를 올린 사람이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입회비는 신입들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다수 법인이 입회비를 내주는 대신, 근로계약서에 '일정 기간 의무 근무, 중도 퇴사 시 전액 반환'과 같은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신입 관세사는 "개인 발전을 위해 이직을 고민해도, 수백만 원의 입회비를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큰돈을 들여 입회비를 내줬는데 신입이 금방 그만두면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청년 전문직들의 고충이 커지자 관계 부처도 문제 해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등록 비용(입회비)은 관세사회 총회 의결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사안이지만, 신입 관세사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관세사회와 개선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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