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수완지구 인문계고 태부족…원거리 통학 여전

명진고 남녀공학 전환 불구 불신 팽배
수완·장덕·성덕·보문고 과밀학급 심화
시교육청 “고교 신설되면 숨통 트일 것”

"아이를 가까운 학교에 보내고 싶었는데, 결국 다른 구까지 통학하게 됐습니다. 왕복 두 시간이 걸려요."

광주 수완지구에 사는 한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인구 8만명에 이르는 신도시로 성장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는 늘 부족하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 명진고등학교 전경.

27일 광주시교육청과 아시아경제 취재 등에 따르면 수완·장덕·성덕·보문고 등 주요 인문계 고교는 학급당 30명 안팎의 과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명진고는 최근까지 신입생 미달 사태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2022학년도 정원 285명에 51명, 2023학년도 정원 220명에 41명, 지난해에는 정원 224명에 24명만 지원했다. 2020년 학교법인 전 이사장이 교사 채용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부모 불신이 깊어진 결과였다.

올해부터 명진고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신입생은 158명으로 크게 늘었다. 수완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남학생들이 배정되면서 지원자가 늘어난 건 긍정적이다"면서도 "학교 이미지가 단숨에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교육청도 남녀공학 전환이 곧바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전환 검토위원회는 "학생 배치·학교시설·교육과정 운영 측면에서 전환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동시에 "법인의 변화 의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교육청은 승인 과정에서 "학교가 지역사회 신뢰를 얻으려면 법인의 자구책 모색과 홍보, 지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현장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학생 기초학력이 낮아 수업 분위기를 잡기가 쉽지 않고, 생활지도 문제가 반복된다"며 "학교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그래도 신입생이 늘어나면서 교내 활동이 살아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갈린다. 수완지구 한 학부모는 "관심 있는 집일수록 명진고를 피하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입학 예정자 24명 가운데 5명이 개학 직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반면, 올해 자녀가 명진고에 배정된 한 학부모는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학교가 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고는 중"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은 단기적으로 명진고 전환을 통한 수요 분산, 중장기적으로는 2027년 광산구 하남초 폐교 부지에 18학급 규모의 '가칭 광산고'를 신설해 원거리 배정을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교육청 관계자는 "근거리 배정 요구와 과밀학급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신설 고교가 들어서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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