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의회, 정책지원관 '추경 대리보고' 파문

의원 부재 중 지원관 보고…“대리 의원” 논란
참석 공무원 “납득 안 돼, 현장 혼란” 증언
노조 “보좌 인력은 보고 위치 아냐” 지적
지원관 “자료만 받다 오해”…진술 엇갈려
시민단체 “제도 취지 훼손”…의원은 부인

광주 북구의회에서 의원이 아닌 정책지원관이 추가경정예산(추경) 보고를 대신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장 공무원들은 "의원이 없는 자리에서 지원관이 사실상 의원처럼 보고받았다"고 증언했고, 공무원노조는 "보좌 인력이 직접 보고를 받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정책지원관은 곧바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보고를 둘러싼 해명과 현장 증언이 엇갈리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주 북구의회 전경.

27일 아시아 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북구청 내부 자유게시판에는 "의원이 집안 사정으로 출근이 어렵다며 정책지원관에게 추경 보고를 맡겼다. 과장·팀장들이 의원실에서 정책지원관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곧바로 "정책지원관까지 모셔야 하느냐", "사전 설명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 회기 중 질의로 충분하다", "보고 과정이 현장에서 혼란을 키웠다"는 등 공무원들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당시 보고에 참여한 다수의 공무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의원이 없는 자리에서 정책지원관이 사실상 의원처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팀장은 "의원실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하고 들어갔더니 정책지원관이 의원 자리에 앉아 '어서 오라'고 했다. 순간 다들 놀라 문을 닫고 망설였지만 결국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무리 지원관이라도 의원 자리에 앉아 보고받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원관이 이후 사과문에서 '의원은 상임위에 참석하지 못한다'며 자신은 자료만 받으려 했는데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해명했지만, 그 자료라는 것도 이미 부속서류로 올라간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간부들의 사례도 비슷하다. 한 과장은 의원이 있을 줄 알고 들어갔다가 지원관이 "의원님이 못 오시니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요구해 얼떨결에 설명을 했지만, "설명 자체가 찝찝했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 북구청 지부는 정책지원관은 의원을 보좌하는 자리일 뿐 직접 보고를 받을 위치가 아닌 만큼 잘못된 사례라고 규정, 해당 정책지원관에게 과장·팀장과 감사실에 사과하고,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게시판에도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정책지원관은 곧바로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의원께서 자료만 챙겨달라 했는데 제가 섣불리 설명을 듣고 질의해 오해를 불렀다"며 "불찰로 발생한 명백한 실수였다. 앞으로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공무원들은 "정책지원관이 의원 지시라며 보고를 요구했다"고 증언해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정책지원관 제도는 지난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도입돼 의원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정책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취지였다. 현재 북구의회에는 10명의 정책지원관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의원 대신 보고를 받거나 과도한 자료 요구가 이어지면서 집행부 공무원들의 '이중 보고' 부담이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노조 역시 "의회 개회 전 사전보고 관행이 오히려 역기능을 키우고 있다"며 "의원들이 직접 공부하고 필요할 때 질의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정책지원관은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자리이지 의원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의회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과 의회 내부 등에서는 "사과문으로 마무리하고 조용히 정리하려는 분위기"라는 냉소적 반응도 흘러나왔다. 일부 직원들은 "의회 차원에서 당장 취할 만한 조치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개인 사정으로 추경 참여 여부가 불투명했을 뿐, 정책지원관에게 보고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지원관이 임의로 판단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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