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입구부터 풍겨 오는 맛있는 냄새와 화려한 조명이 오감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은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고객들이 음식점마다 줄을 섰다. 흑백요리사 출신 스타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장면부터 미슐랭 식당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매장마다 '오픈런'이 벌어진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리뉴얼의 '마지막 퍼즐'인 델리전문관이 공사를 끝마치고 오는 29일 재개장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하는 6000평(약 2만㎥) 규모의 국내 최대 백화점 식품관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부분별 리뉴얼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스위트파크(약 1600평)'를 오픈했고, 6월에는 '하우스오브 신세계(약 2200평)'를 지난 2월에는 최고급 식품관 타이틀에 걸맞은 '신세계마켓(약 600평)'을 선보였다.
소금빵 전문 브랜드 베통에서 새롭게 선보인 '베통치츠네트' 매장. 오픈 전부터 오픈런 한 고개들이 줄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다. 이민지 기자.
'델리전문관'은 강남점의 마지막 리뉴얼 메뉴다. 지난 2월부터 6개월여간의 공사를 끝마치고 약 1200평(약 4000㎥) 규모로 재개장한다. 델리전문관은 크게 ▲프리미엄 델리전문관 ▲전통주전문관 ▲건강전문관 세 곳으로 나뉜다.
핵심은 '프리미엄 델리전문관'이다. 프리미엄 수식어에 맞춰 매장은 기존 간편식 수준을 넘어 최상급과 최고급 간편식이 즐비했다. 해외에 나가서도 오픈런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미슐랭 식당부터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얼굴을 알린 셰프들이 새롭게 론칭한 1호 매장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입점 브랜드는 약 40개(팝업스토어 포함) 정도다.
면요리 전문점 서연 매장 모습. 두건을 쓴 김도윤 셰프가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다. 이민지 기자.
프리미엄 델리전문관은 입구를 기준으로 스위트존(디저트), 양식존, 한식·아시아음식존 순으로 나뉜다. 스위트존을 '신세계마켓 '옆에 배치해 장을 보고 난 후 가벼운 간식거리를 사 들고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양식에 대한 노출도를 높이고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양식존은 한식존이나 아시아음식존보다 앞서 배치했다.
양식존에는 신세계푸드의 '베키아에누보 가스트로' 매장이 중심에 들어섰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30종의 메뉴를 판매하며 건강한 재료를 활용해 모든 소스를 직접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한식과 아시아음식존에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의 오너셰프이자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김도윤 셰프가 만든 면요리 브랜드 '서연'부터 '노가떡갈비', 일본 대표 오니기리 전문 매장인 '교토 오니마루', 베트남 건강식 레스토랑 '버터플라이' 등이 자리했다. 이날 매장에서는 화면에서 봤던 셰프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신세계푸드의 '베키아에누보 가스트로' 매장 모습. 신세계백화점 제공.
JS가든 델리 매장 모습. 마파두부, 크림새우 등 원하는 사이즈로 5000~1만원대의 가격에 요리를 포장해 갈 수 있다. 옆에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즉석에서 만든 자장면 등을 먹을 수 있다. 이민지 기자.
간편식 가격은 합리적이었다. 10만원 이상을 주고 먹어야 하는 코스요리들을 5000원~3만원대에 포장해갈 수 있다. 프리미엄 중식 레스토랑 브랜드인 'JS가든'의 경우 매장에서 코스요리를 즐기지 않아도 원하는 중식 요리를 선택해 작게는 5000원대, 크게는 1만원대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백화점들은 델리전문관을 축소하고 푸드홀(앉아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곳)을 강화하는 추세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지면서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가져가 먹는 가구가 줄어들어서다. 하지만 신세계 강남점은 서초, 반포, 압구정 등 집밥을 선호하는 가구가 많다고 판단해 델리전문관에 심혈을 기울였다.
프리미엄 델리전문관 리뉴얼을 총괄한 김낙현 바이어는 "유명한 브랜드를 유치한 것에서 나아가 실제 식당에서 사용하는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와 간편식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의 의미가 있다"며 "강남점은 식품관에 자주 방문해 음식을 포장해 가는 단골들이 많은 점에 집중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건강전문관 모습. 왼쪽으로는 '웰니스바'를 운영한다. 이민지 기자.
건강전문관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차별화된 역량으로 꼽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브랜드별로 진열됐던 매장은 수면, 스트레스, 스포츠 등 소비자들의 건강 고민에 맞춰 제품들을 배치했다. '웰니스바'에서는 고체 형태의 약이 아닌 음료를 통해 초유 단백질, 저분자콜라겐 등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주전문관에서는 국내에 경쟁력 있는 전통주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50여개의 제품을 모아놓았으며 문배주, 이강주 등 이름있는 전통주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아티스트 협업 전통주인 '분자(다이나믹듀오 최자)', '경탁주(성시경)' 등도 입점시켰다. 가장 값비싼 주류는 '해창 대장경'으로 2050만원이다. 신세계백화점 단독상품으로 50돈의 금잔과 세트 구매(5000만원)도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식품관을 '글로벌 미식 스테이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대한민국 맛집을 모두 집결시킨 만큼 '미식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 담당 상무는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이 대한민국 미식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상징적인 성과"라며 "앞으로도 신세계백화점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혁신을 이어가며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