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최근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영양가 잡힌 식사가 보장되는 데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 취업준비생, 노인 등 누구나 찾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중구청 구내식당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변선진 기자
지난 18일 찾은 서울 중구청 지하 1층 구내식당. 외부인 이용이 가능한 시각인 낮 12시20분을 10여분 앞두고 20~30여명이 줄 서 있었다. 개방 이후 10분 만에 대기 줄은 50m까지 늘어났다. 이날 식당에서는 돈가스, 쫄면, 김치찌개, 깍두기 등 다양한 메뉴를 자율배식으로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6500원에 불과했다. 인근 직장인 박정용씨(49)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여러 반찬도 골라 담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고물가로 운영비 압박이 크지만, 올해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주요 역사 내 직원 식당도 '알짜 점심 장소'로 통한다. 청량리역 구내식당은 7000원에 10여가지 반찬을 제공한다. 인근 주민 노진혁씨(54)는 "요즘 밥 한 끼에 1만원은 훌쩍 넘는데, 이곳에서는 저렴하게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가격 부담이 없는 데다 빨리 먹고 갈 수 있어 자주 들른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용산도서관 구내식당에서는 백반을 6000원에 내놓는다. 최근 찾았을 때 어린이와 함께 온 학부모,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일행과 함께 찾았다는 박충만씨(72)는 키오스크로 세 사람 몫을 결제하며 "가격이 저렴해 일행 것까지 계산해도 부담이 없다"고 했다.
서울 용산도서관 구내식당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변선진 기자
수도권 직장인이 지출하는 평균 점심값은 1만원에 육박한다. NHN페이코에 따르면 지난달 '모바일 식권 서비스'로 결제된 약 900만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수도권 직장인의 평균 점심 식비는 9500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6000원에서 해마다 올라 8년간 58% 상승한 수치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렴한 공공기관 식당으로 시민들이 몰리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속에 저렴하게 제대로 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균형 잡힌 한식 위주의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