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농업인 지켜라'…농촌진흥청, 온열질환 예방 총력 대응

냉각조끼·스마트 워치 등 신기술 시범 적용
다국어 가이드로 외국인 근로자 보호도
질병청·기상청·고용부·민간기업 등 연계 대응 체계 본격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농촌현장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은 여름철 고온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농업인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폭염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7일 농진청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전국적으로 1566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9명에 달했다. 이 중 농업인 피해는 271명으로 전체의 17.3%를 차지하며, 4명이 사망하는 등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농진청은 "폭염 초기부터 농업인의 피해 비중이 높은 것은 근본적인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2025년 여름철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5월부터 폭염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지역 농가에는 폭염 대비 행동 요령과 예방 수칙이 지속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현장 밀착형 예방'이다. 농촌진흥청은 우선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와 '자율점검 체크리스트'를 9개 언어(한국어, 영어, 베트남어 등)로 제작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자료는 전국 165개 지역 기술센터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기술 지원도 본격화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이 개발한 '에어냉각조끼'는 냉각 튜브를 통해 외부 공기를 순환시켜 체온을 낮추는 장치다. 전국 20개 시범지역에서 약 209명의 농업인에게 시범 적용 중이며, 착용 시 의복 내부 온도가 평균 13.8%, 습도는 2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박수 상승 억제, 땀 배출량 감소 등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입증됐다.

냉각조끼 외에도 농진청은 '온열질환 위험알림 워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스마트 장비는 사용자의 운동량과 심박수, GPS 위치정보,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폭염 시 경고와 휴식 알림을 제공한다. 2026년 현장 실증을 거쳐 2027년부터 보급될 예정이다.

이 같은 대응에는 질병관리청과 기상청의 데이터가 뒷받침되고 있다. 농진청은 질병청의 응급실 감시자료를 기반으로 시군 단위의 온열질환 발생 통계를 매주 분석해 전국에 공유하고 있으며, 기상청과 협업해 '농업인안전365' 누리집에서는 체감온도 계산기와 폭염 영향 예보도 제공 중이다.

제도적 뒷받침도 이뤄졌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사업주는 폭염작업에 대해 냉방·휴식·온도계 비치 등의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산재보험 가입 농업사업장에는 고용노동부와의 협업으로 이동식 냉방기기 보급 등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농진청은 지난해 동아오츠카와 대한적십자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도 이들과 함께 폭염 예방 캠페인 및 물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브랜드 역량과 행정기관의 제도적 지원이 결합되면,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철희 농촌지원국장은 "폭염 대응은 단순한 계도에서 나아가 기술·정책·교육이 통합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체계로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인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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