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中공장에 美장비 제한?…시행 가능성·영향력 낮아'

한국투자증권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최근 외신 보도와 관련 "미국의 전략적 압박 카드"라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반도체 및 관련장비-미국의 공포 마케팅에 매번 응해줄 필요는 없음' 보고서에서 "반도체 상호관세와 마찬가지로, 공급망 관점에서 우리는 해당 조치가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부여해온 수출 허가(VEU·Verified End-User)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VEU는 미국 장비 및 기술을 별도 수출 허가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철회 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 내 미국 장비 반입을 위해 매 건 별로 미 상무부의 허가를 얻어야만 한다.

채 연구원은 "VEU 철회 가능성 언급은 즉각적인 제한 조치라기보다 미국의 전략적 압박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며 "미 정부 내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고 짚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 내 반대자들은 'VEU 철회 시 오히려 중국 기업의 성장을 도우며, 해당 공장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에 대한 장비 및 기술 도입이 차단되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메모리 가격이 상승해 결국 미국 내 주요 고객사들이 부품 조달 비용 증가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시안 팹은 삼성전자 낸드 생산능력의 약 40%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 우시팹은 SK하이닉스 디램 생산능력의 40%, 대련 팹은 낸드 생산능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채 연구원은 해당 보도 이후 나타난 주가 조정도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시간으로 주말 사이 해당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기술주 및 반도체 장비주 중심으로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그는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 및 이에 따른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 상승 노력은 중장기적 리스크 요인이나,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가동 및 투자에 즉각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인 정책 노이즈로 인한 과도한 주가 하락은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섹터에 대해 매수와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자본시장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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