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광고에 1년에 1억 원을 써도 티도 안 납니다. 수십억 원을 쏟아붓는 대형 로펌에 개인 변호사들이 경쟁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서울 서초동의 개인 개업 변호사)
'변호사 검색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법무부 제공
검색 포털의 키워드 광고(Cost Per Click·CPC)는 자본력 있는 대형 로펌과 그렇지 못한 중소형 로펌, 개인 변호사 간의 노출 격차를 키우며 오히려 법률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검색 결과 상단에 더 많이, 빈번하게 노출된다고 해서 양질의 충실한 서비스가 보장되는 게 아니지만, 광고·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일부 로펌들이 이런 구조에 편승해 CPC를 상한선까지 끌어올렸다는 비판도 있다.
네이버의 CPC 광고는 예산을 많이 집행하는 자금력이 좋은 로펌일수록 검색 선순위 노출을 차지하기 쉬운 구조다. 단순 광고비를 높게 부르는 곳만이 우선 노출되는 것도 아니라 클릭 수까지 계산하기 때문이다. 한 네이버 검색 광고 대행 업체 관계자는 "입찰가를 최고가인 10만 원으로 설정해도 1위 노출은 어려울 수 있다"며 "광고 운영 기간, 광고 소재, 키워드, 사이트 연관성 등을 기준으로 부여된 광고 품질 점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종합하면 꾸준히 많은 광고비를 집행한 광고주를 우선 노출하는 식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는 '노출이 많을수록,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올수록 믿을 만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의뢰인의 선택이 왜곡되고, 광고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은 경쟁 자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어지간한 예산으로는 네이버 검색으로 노출되는 광고는 꿈도 못 꾼다"며 "이렇게 높은 광고료를 지급하면 변호사는 수임료를 더 달라고 하게 되고, 의뢰인들이 그 비용을 치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정보가 비대칭적인 법률시장에서 포털에 우선 노출되는 로펌이 '유명하다'거나 '많이 찾는 곳'이라는 왜곡된 질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노출 순위는 단순히 '지출' 순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변호사 검색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은 CPC 광고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장 변호사 업계에선 네이버 파워링크의 경쟁 입찰 가격이 내려갈지 관찰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워 네이버나 구글 광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던 일부 로펌은 마케팅 정책 변경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네이버 등 포탈에서의 유의미한 단가 하락 조짐은 없다. 다른 네이버 광고 대행업체 관계자는 "검색 광고 제재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과장광고나 부정 클릭(경쟁 업체들이 광고비 지출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클릭하는 행위) 문제가 줄 순 있지만, CPC가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력에서 뒤처지는 중소형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은 기대를 보이면서도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 반신반의한다. 네이버에 광고를 하는 한 변호사는 "지금 시스템으로도 서로 네이버에 돈 못 줘서 안달"이라며 "다른 광고 방안을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신반의하는 이유는 법무부 가이드라인의 수범 대상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규제 대상은 포털과 변호사 광고 플랫폼 등이지만 가이드라인은 이들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 키워드 장사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네이버 등 포털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의 실효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광고 규정에 따른 변호사 징계로 얻어야 한다. 법무부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변호사법에 대한 유권해석으로 삼아 실효를 거두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개업 변호사는 "변호사를 징계하려면 실제 광고비 자료를 변호사나 광고 업체에 강제로 제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의무 부과 사항이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이 없다면 실효성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사업자인 네이버 등 포탈과 변호사 단체 등으로 규제 대상을 넓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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