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포괄임금·4.5일제 '계엄식 도입' 없다지만 대비할 때

로펌들 노동정책 분석 조언나서

새 정부가 노동·산업안전 정책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면서, 기업 경영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로펌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 개정, 포괄임금제 금지 명문화, 주 4.5일제 도입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합의와 입법 과정을 전제로 하는 만큼 시행 시기와 내용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용자 책임 확대

새 정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에 초점을 맞춰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익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등 기존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보호를 골자로 한다. 해당 기본법이 제정되면 당초 근로자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 역시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직업능력개발 지원, 부당계약 해지 제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금지 등을 '권리'로 보장받게 된다. 고용·산재보험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그 부담이 플랫폼 기업 등 사용자 측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어 해당 기업들의 사전 대비가 요구된다. 법무법인 세종은 기업은 노무 제공자를 근로자로 전환하거나, 노무 제공자 수를 조절하고, 노무 제공자들이 근로자로 오인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체교섭 책임 어디까지

노사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노란봉투법'은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해당 법안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업체가 하청 근로자와 교섭해야 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제2조에서처럼 사용자를 정의할 때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에서 '노동조건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면, 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원청은 이들의 지위를 판단해 교섭에 응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때 기업은 단체교섭 거부를 이유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질적 지배력'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까지 받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법적 불확실성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교섭창구 단위 설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욱래(58·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업은 가장 효율적이고 노조법상 제약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교섭 단위를 설정해 그 근거를 마련하고,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분쟁 발생 시 단위 결정이 적법했다는 판단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해 일관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

'주 4.5일제'는 단계적·점진적 도입이 유력하다는 게 주요 로펌의 분석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주 4.5일제 도입 시 생산일 수 감소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우려돼 유연근무제 도입과 연계한 절충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재명(61·18기) 대통령의 '계엄식 도입은 없다'는 발언을 들어 단계적 시범운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로펌들은 기업들이 연차 소진율 제고,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생산성 유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로 관리 체계 정비 불가피

'포괄임금제' 금지도 법제화될 전망이다. '고정 OT제' 역시 규제 가능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태평양·율촌은 공히 대법원이 판례상 예외적으로 인정한 포괄임금제와 고정 OT제까지 규제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정부의 근로감독 강화 가능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일괄 규제될 경우, 실제 연장 근로시간 측정에 따른 개별 연장 근로수당 지급이 필요해, 명확한 근로시간 측정 및 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진창수(58·21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실근로시간에 따른 연장근로 시간을 측정해 수당을 지급할 경우,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존 임금체계가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면 시간 관리 제도를 보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지자, 법무법인 화우는 6월 19일 임서정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초청해 '새 정부 노동 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한다.

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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