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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조선업체 간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데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위해 국내 조선사에 러브콜을 보내왔던 만큼 현지 공장 방문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달 회원국들에 APEC 정상회의 초청장을 보냈다. APEC 회원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 캐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멕시코 등 21개국이다. 통상 APEC 정상회의 초청장은 행사 일정을 알리기 위해 5~7월에 1차로 보내고, 구체적 의제 등 내용을 알리는 차원에서 가을께 2차로 발송한다.
트럼프 대통령 참석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당국자는 "미국 측에서 참석을 전제로 호텔 배정 등 계획을 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할 경우 국내 대표 조선소로 각인되고 해외 시장에 효과적인 홍보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두 곳을 모두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주에서 APEC회의를 마치고 이동할 경우 장거리 이동과 경호가 어렵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미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기보다는 대미(對美) 네트워크 및 대관 조직의 정보·전략을 중심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APEC이 열리는 경주와 울산 간 지리적 근접성, 울산이 국내 제조업을 상징하는 도시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부동산 사업가 시절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자와의 인연으로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거제 사업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인연을 계기로 대우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건설에 참여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약 1358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 중 미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한화그룹이 처음이었다. 한화오션은 연간 1~1.5척의 필리조선소 생산능력을 7~8척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수리·유지·보수(MRO) 기능을 더해 해외 유지보수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 해양 지배력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8조에 서명했다. 동맹국 조선업체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미 행정부가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