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4일 오전 6시21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역사적인 시간이다. 계엄의 충격과 탄핵 찬성과 반대가 뒤엉킨 긴 어둠을 지나 정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고 하는 기대가 충만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정부를 여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는 그러한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취임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취임사 중 '통합'이 다섯 번이나 직접 언급되었고,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자신의 지지 세력만 바라보고, 분열과 반목을 일삼는 배제의 정치에 지친 국민들에게는 정말 꼭 듣고 싶었던 말을 강조해 준 것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말 중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입니다"는 문구도 신선하고 가슴에 와닿았다. 무능하기 때문에 결국 자기 지지 세력에만 소구하는 정책과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충분히 공감되었고 유능한 정부라면 대한민국의 성장과 통합을 모두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는 말이기도 했다.
"개인도, 국가도 성장해야 나눌 수 있습니다" "저성장으로 기회가 줄어드니, 함께 사는 경쟁 대신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전쟁만 남았습니다. 극한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이 남녀를 갈라 싸우는 지경이 되었습니다"고 본 대통령의 문제의식도 정확하다고 생각된다.
결국 공정한 성장이 있어야 함께 나누고 공존하고 연대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너무나 당위적인 주장을 들으면서도 새삼 공감이 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그 당연한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든 청년과 중장년이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함께 파이를 키워나가면 더 많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공약 중 관심을 끈 것이 '성평등가족부'공약이다. 사실 여성가족부는 현재도 영문으로는 'Ministry of Gender Equality'이다.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고 다양성을 추구하고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가령 양성평등채용 목표제는 말 그대로 양성평등이기 때문에 남성, 여성 모두 수혜 대상이 된다.
한 부모 정책은 모자 가족뿐 아니라 부자(父子) 가족도 보호 대상이다.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더 세심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하겠지만 추구하는 기본 가치는 공존과 연대, 통합이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하고 선언한 통합의 가치가 잘 실현되도록 부처의 미션과 조직, 기능이 잘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과제이다. 유능하고 실용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에서 꼭 성공할 것이라 기대하고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고 한 약속대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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