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을 깨고, 품질이 주는 가치 중심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정빈(31) 롯데마트 식품PB개발2팀 MD(왼쪽)와 최아름(42) 롯데마트 식품PB개발2팀 MD(오른쪽)가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이정빈(31) 롯데마트 식품PB개발2팀 MD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식품 품평회 '몽드셀렉션'에서 자신이 개발한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의 '꿀호떡'이 금상을 수상한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몽드셀렉션은 196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권위 있는 식품 품평회로, 80여명의 전문가가 평가에 참여해 ▲대상(평가 점수 90~100점)▲ 금상(80~89점) ▲은상(70~79점) ▲동상(60~69점) 등을 수여한다. 올해에는 150여개국에서 3000여개가 넘는 상품이 참여했으며, 롯데마트는 요리하다 꿀호떡을 비롯해 요리하다 곤드레나물 솥밥과 오늘좋은 김맛나 등 3개 PB 상품이 금상을 수상했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 '요리하다'의 '꿀호떡'과 '곤드레나물솥밥' 제품. 최근 세계적인 식품 품평회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사진=박재현 기자
특히 꿀호떡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풍부한 맛과 조화로운 시나몬 향이 어우러진 한국의 팬케이크"라는 평가를 받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식감으로, 만족스러운 시식 경험을 선사했다는 극찬도 이어졌다. 이 MD는 "올해 수상작들은 지난해보다 더 한식에 가까운 메뉴들"이라며 "K-푸드가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꿀호떡은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호떡'을 냉동식품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요리하다 PB로 개발하기 전까지 냉동호떡은 드물었다. 이 때문에 '소'에 해당하는 꿀이 새는 문제와 '피'의 쫀득한 식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개발팀은 셀 수 없을 정도의 패널 테스트를 통해 단맛에 대한 기호도와 식감을 조율했고, 밀가루 배합 비율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꿀이 새지 않으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이 MD는 "PB 상품은 일반 브랜드보다 가격은 저렴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최근에는 유튜브나 SNS를 통해 PB 상품의 품질이 오히려 더 좋다는 소비자 반응도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정빈(31) 롯데마트 식품PB개발2팀 MD가 요리하다 '꿀호떡'의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금상을 수상한 '곤드레나물솥밥'도 고슬고슬한 갓 지은 밥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치밀한 설계를 적용한 결과물이다. 이 상품을 개발한 최아름(42) 롯데마트 식품PB개발2팀 MD는 "시중에 유사한 냉동 제품들이 출시됐지만 편리해서 사 먹으면 맛에 실망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마솥 직화 방식으로 밥알의 고슬고슬한 식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또 최적의 식감과 향을 찾기 위해 상품 개발 과정에서 각 산지의 곤드레를 모두 비교하기도 했다. 최 MD는 "강원도 영월에서 재배한 곤드레가 가장 뛰어났다"며 "곤드레 특유의 향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롯데마트 PB개발팀은 매주 수요일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획회의를 연다. 개발팀뿐만 아니라 상품팀 MD도 참여해 제품의 적합성과 시장성에 대해 논의한다. 1단계를 통과한 제품은 20~40대 내부 직원 20여명으로 구성된 패널 테스트로 넘어간다. 이 테스트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후 임원 보고를 거쳐 디자인 팀과 디자인 콘셉트를 확정하고, 품질팀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표시사항까지 검토하면 제품 출시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최 MD는 "패널 테스트에서 점수가 미달하면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덕분에 개발팀에는 살이 안 찐 사람이 없다"고 웃음 지었다.
최아름(42) 롯데마트 식품PB개발2팀 MD가 요리하다 '곤드레나물솥밥'의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상품 출시 이후에도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개선이 이뤄진다. 최 MD는 "식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보니 맛이나 향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롯데마트 전용 앱 '제타'에 '오늘따라 좀 맛이 없네요' 같은 리뷰가 달릴 경우, 해당 제품을 다시 검토하는 등 사후 품질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가 인정받는 결실로 이어졌다. 롯데마트는 현재 K-문화에 친숙한 몽골, 싱가포르 등에 이들 PB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인 NTUC 페어프라이스에 한국 식료품 전문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진열대 상품이 품절될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마트는 미국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최 MD는 "요리하다를 떠올렸을 때 '실속 있으면서도 맛과 품질이 좋다', '믿음직스럽다'는 이미지를 고객이 떠올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이를 상품에 반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