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큰손들, '韓밸류업' 성과 확인 위해 한국 온다

3월 주총 슈퍼위크 맞춰 방한
주요 상장사 주총 참석, 정부·유관기관 면담

해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과 주요 연기금, 투자은행(IB) 등 큰손들이 다음 주 '주주총회 슈퍼 위크'에 맞춰 한국을 찾는다. 2년 차에 접어든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와 현주소를 직접 확인하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로서 한국 기업에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행보다. 이번 방한에서 확인된 결과물은 향후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공개하는 아시아 12개국의 기업지배구조 순위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행보가 한국의 순위(2023년 8위)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연기금, IB 등으로 구성된 ACGA 대표부와 소속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다음 주 방한해 정부, 유관기관들과 면담하고 주요 상장사 주주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ACGA 대표부가 연례 콘퍼런스가 열리는 연말이 아닌, 3월 정기 주총시즌에 맞춰 한국을 찾는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도 오전에는 LG화학을 비롯한 상장사 주총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국회 입법조사처, 국민연금 등 유관기관들과의 면담이 꽉 차 있다. ACGA는 세계 18개 시장의 연기금,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IB 등 101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회원사 운용자산 규모만 40조달러(약 5경7700조원)에 달한다. 올해는 피델리티 등의 회원사 임원들이 ACGA 사무국과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는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의 관계자가 함께했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들이 3월 정기주총 슈퍼위크에 맞춰 재차 한국을 찾는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아시아 기업 거버넌스 환경 개선을 위해 1999년 출범한 ACGA는 오랜기간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문제를 지적해온 대표적인 비영리 단체다.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이 지난해 시작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성과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열의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 몇년간 주주행동주의가 대두한 상황에서 투자자로서 국내 기업의 행보에 한층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시그널도 확인되고 있다. 주주로서 주요 상장사 주총에 참석하고 일부 기업과는 개별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이 방문하는 주총 슈퍼위크에는 LG화학·롯데쇼핑(24일), LG전자·하나금융지주(25일), 네이버·카카오·이마트·KB금융지주(26일), SK하이닉스·영풍(27일), 고려아연·SK이노베이션(28일) 등의 주총이 예고돼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직접 한국으로 와 주총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질문을 하려는 추세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앞서 일본에서 주주 권리를 찾고자 했던 모습이 한국으로 건너오는 국제적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ACGA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지배구조 순위도 다시 매길 예정이다. 아시아 12개국을 상대로 매년 공개하는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한국은 2023년 기준 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07년 6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이후 8~9위선에서 좀처럼 올라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밸류업 프로그램의 벤치마크 대상이 된 일본의 경우, 지난해 공개된 2023년 보고서에서 밸류업 성과를 인정받으며 2위까지 세 계단 뛰어올랐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계엄, 탄핵정국 속에서 동력을 상실한 밸류업 정책에 대한 실망감도 확인되고 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곤 있으나,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그 배경으로는 미흡한 주주환원, 지배구조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관통할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거버넌스 개혁'일 것"이라며 "개인주주뿐만이 아니라 주요 국가기관들도 한목소리로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밸류업 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들의 주주환원 움직임이 확대된다는 큰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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