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자만 2억…LH에 집 못 팔면 문 닫아야' 역대급 인파 몰린 주택매입 설명회

역대급 인파, 1800명 몰린 주택매입 설명회
"바닥 아래 지하실"…고사 위기 비아파트 시장
‘공사비 연동형’ 매입 방식에 관심 집중

13일 ‘제7회 주택매입 사업설명회’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 일찌감치 들이닥친 인파로 600석가량의 좌석이 동났다. 행사 시작 30분쯤 전부터는 메인 행사장인 1층 대강당의 입구는 통제됐다. LH는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을 3층 대회의실(350석 규모)로 안내했다. 혼잡할 경우를 대비해 이원 생중계가 진행됐다. 자리가 없어 서 있던 사람까지 합하면 이날 행사장에 몰린 인파는 총 1800명으로 집계됐다.

LH 관계자는 "매년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인파가 역대급"이라며 "전세사기 여파 이후 LH가 아니면 집을 팔기 힘든 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고 했다. LH의 주택 매입 사업은 시공사와 시행사 등 주택 사업자를 대상으로 준공 예정 혹은 준공 후 주택을 사들이는 사업이다. LH가 매입한 주택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취약계층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한다. 2018년부터 매년 설명회를 통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한 달에 이자만 2억"…非아파트 시장은 고사 직전

주택 매입임대 설명회가 열린 LH 경기남부지역본부. 1층 메인 행사장이 아닌 3층 대회의장이다. 1층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이곳에서 이원 생중계로 행사를 시청했다. 최서윤 기자.

이날 행사장에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를 보유한 주택 소유자가 유독 많았다. 자신들이 갖고 있거나 지을 예정인 주택이 LH의 매입 요건에 맞는지, 팔 수 있다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느라 바빴다. 설명회 행사장뿐만 아니라 현장에 마련된 6개 지역별 상담 부스 곳곳이 대기 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주택 경기가 좋았다면 여기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서울 상급지를 제외한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시장은 체감상 최악"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규모 전세 사기의 직격탄을 맞은 빌라의 경우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한 60대 시행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만 250억원이라 이자만 한 달에 2억원"이라며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왔다"고 했다. 중소 건설사 대표인 60대 남성은 "지금이 IMF 때보다 어렵다"며 "수익률이 제로라고 하더라도 LH에 집을 팔지 못하면 당장 회사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했다.

"원금이 보장된다고?" 공사비 연동형에 관심

주택 매입임대 설명회가 열린 LH 경기남부지역본부의 1층 메인 행사장. 최서윤 기자.

‘공사비 연동형’ 제도가 유독 인기였다.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LH는 이 제도를 설명하고, 질의 및 응답을 하는 데에만 1시간 가까이 할애했다. 공사비 연동형 제도는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실제 공사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최소한 원금은 건질 수 있다는 얘기다.

LH는 과거 ‘고가 매입 논란’ 이후 매입가격을 원가 아래로 낮췄다가 매입 실적이 크게 악화한 적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감정평가금액을 매입가격으로 산정하는 기존의 ‘감정 평가형’에 공사비 연동형 방식을 지난해 처음 추가했다. 올해는 연동형 기준 주택 대상을 기존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완화했다.

한편 LH는 지난해에 이어 사업 시행 이후 최대인 주택 5만가구를 신규 매입할 계획이다. 이중 주거지원 수요가 높은 수도권이 4만2000가구로, 전체의 84% 비중이다. 전체 매입 규모는 2023년 2만2000가구, 지난해 5만가구였다. 매입 예정 물량이 역대급인 만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보다 사업착수 시기를 두 달 앞당긴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건설부동산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건설부동산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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