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칼럼]트럼프 2.0시대, 미중 갈등 넘어 印·러까지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안보 및 전략적 우려 대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2017~2021년) 당시 정책 중심이 됐던 중국을 둘러싼 우려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체제에서도 반복됐다. 그리고 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초기 시그널이 확인되고 있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이 발표한 차기 행정부 고위직 인선에는 중국 강경 매파로 알려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권리를 주장하고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로 중국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진행된, 광범위하고 두서없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고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비난했다. 그린란드와 관련해서도 이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 중 상당수는 사실과 다르고, 이미 반박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2.0 시대에서도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위협한다는 주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를 겨우 몇 주 남긴 지난달, 중국의 군사 및 안보발전에 대한 내용을 담은 국방부 연례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핵무기부터 기존 병력, 우주, 사이버,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군사역량 전반과 이들이 미국의 안보에 미칠 여파가 상세히 다뤄졌다. 국방부는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평가하고 미국의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의 전략을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및 군사 발전을 추구해 국력을 높이고 (중국의) 통치시스템 및 국익을 위해 국제질서를 바꾸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중국 기술 대기업인 텐센트, 배터리생산업체인 CATL을 국방부 블랙리스트(중국 군사기업)에 추가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최소 134개 기업이 포함돼있다. 관련 기업들은 이의를 제기했고, 관료적 채널을 통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잘못된 관행을 즉각 시정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와 관할을 해제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와의 관계를 ‘자국에 이익이 되고 상호 지원적 관계’로 강조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던 그 주에 고위급 관리로 구성된 대표단과 함께 인도 뉴델리를 방문, 기술·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 양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매우 소원한 상태에서 신중한 관여 수준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관련된 요인들은 설명하지 못할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민간 원자력 발전이나 첨단 기술산업 부문에서의 협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야 이들 분야가 양국의 핵심 신흥기술 이니셔티브하에 우선순위가 됐을 정도다. 이는 설리번 보좌관의 이번 방문의 주요 논의 주제였다.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이 함께하는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인도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트럼프 2.0 시대에서도 계속될 것인가. 워싱턴에서는 인도가 중국 문제에서 기대만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이는 최근 두 아시아 강대국(중국과 인도) 간 관계 개선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1세기 초반 글로벌 전략 프레임워크는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서 미국 패권시대의 불안정한 시기를 거쳐 이에 맞선 중국의 부상으로 변화해왔다. 미국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를 포섭했고, 중국 또한 이 사실을 주목했다.

이제 글로벌 지정학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중 양자관계뿐 아니라 이들 국가가 각각 인도, 러시아와 맺는 관계, 그리고 이러한 사각구도 내에서 발생하는 양자 간 지정학적 변화에 상당 부분 좌우될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한 미·인도 관계는 이전의 틀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간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초청된 반면(베이징은 이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디 총리는 초청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발언들이 아무리 변덕스럽고 악의에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미국은 수십 년에 걸쳐 전문가들이 구축해온 핵심 국익을 추구할 것이며 대통령 역시 해당 체계 내에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기술 거물들이 행정부 요직에 발탁되며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혼란을 가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위협적인 분위기의 리얼리티 TV는 이제 각본 없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 관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인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

씨 우다이 바스커

인도 싱크탱크 사회정책연구소(SPS) 이사

<i>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Beyond US-China tussles, geopolitics will be shaped by India, Russia’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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