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원기자
코스닥 상장사 손오공의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가 전라북도 고창에 163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설립 후 매출을 한 번도 낸 적 없는 자본잠식 상태 회사다. 모회사인 손오공 역시 자금난으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어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북 고창군은 지난 23일 손오공머티리얼즈와 163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 협약식에는 심덕섭 고창군수와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 최원식 손오공머티리얼즈 대표 등이 참석했다.
고창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손오공머티리얼즈는 내년 5월부터 2027년까지 고창신활력산업단지 내 미분양 부지 9만8418㎡(약 2만9711평)에 총 1630억원을 투자해 연간 2만5000톤 규모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지난 1월 코스닥 상장사 손오공이 3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장난감 유통업체인 손오공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본업과 전혀 무관한 이차전지 소재 탄산리튬 유통업을 시작했다.
손오공머티리얼즈는 법인 설립 후 볼리비아리튬공사(YLB)와 탄산리튬 플랜트를 설립하고 2028년까지 3000t의 탄산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나이지리아 리튬 광산 운영 업체에 1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진행해 리튬 스포듀민을 공급망도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손오공머티리얼즈의 올 3분기 말까지 매출액은 0원이다. 지금까지 순손실만 17억원 이상을 내면서 자기자본도 13억원 수준으로 떨어져 자본잠식에 빠졌다. 설립 후 실적 없이 손오공의 투자금만 갉아 먹은 셈이다. 외부 수혈이 없다면 당장 내년 5월까지 전북 고창에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힘든 셈이다.
손오공머티리얼즈의 모회사 손오공에서의 자금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손오공은 지난 20일 1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가 돈이 필요하니 출자를 더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증자로 돈이 모이면 손오공은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 대응에 96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손오공은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 667억원, 영업손실 60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에는 매출액 503억원, 영업손실 9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줄어든 23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23.5% 확대된 70억원을 냈다.
적자가 쌓이면서 손오공은 자체 자금으로 빚을 갚기도 힘들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신사업 부진까지 맞물리며 주가도 하락해 기발행 CB가 주식으로 전환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 발행돼있는 96억원 규모 CB의 전환가는 1696원이다. 최근 손오공의 주가가 1000원대임을 고려하면 70% 이상 올라야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생긴다. 실제 CB 46억원어치는 지난 20일 이미 조기상환청구가 진행된 상태다.
한편 손오공은 유상증자와 손오공머티리얼즈의 1630억원 투자 집행 건과 관련한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