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올해 글로벌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 10년간을 통틀어 가장 많은 K-뷰티 인수합병(M&A)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계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과열된 시장 분위기와 함께 "몸값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K-뷰티 기업 M&A는 알려진 것만 최소 15건 이상이다. 24일 중소·중견기업 M&A 자문 전문기업 MMP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를 통틀어 가장 많은 M&A가 성사된 해는 2018년의 13건이었다. 2018년은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프랑스의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인수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던 시기다. 2021년과 2022년, 지난해는 각각 10건이었다. 최근 10년을 모두 돌아봐도 올해가 가장 활발하다.
M&A 면면을 보면 인수 업체는 사모펀드부터 화장품 기업, 제약사까지 다양했다. 특히 외국계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가 약 1000억원에 스킨이데아를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6월에 프랑스계 PEF 운용사 아키메드가 제이시스메디칼을 약 1조원에 품었고, 최근 영국계 PEF 운용사 CVC캐피털이 서린컴퍼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예상가는 8000억원 수준이다. 2023년 7월 약 2400억원에 서린컴퍼니를 인수한 칼립스캐피털과 메리츠증권은 1년여 만에 원금의 3배에 가까운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는 코로나 이전 외국계 자금이 K-뷰티에 쏟아졌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시기에 카버코리아(2017년), 스타일난다(2018년), 해브앤비(2019년)가 잇달아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 인수됐다. 당시와 다른 점은 국내 화장품 산업이 중화권을 넘어 북미·유럽까지 호령하며 저변을 넓혔다는 점이다. 수출 규모로도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합계 93억달러로, 역대 최고였던 2021년 전체 수출액(92억달러)을 뛰어넘었다.
"비쌀 때 팔자"라는 매도자의 심리도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는 가운데 "몸값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화장품 산업 전반의 단기적인 매출 성장은 뚜렷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삼정KPMG 전무는 "K-뷰티 기업을 가진 창업주나 PEF가 엑시트 시기로 판단하고 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원매자 입장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외국계 자금이 과감하게 베팅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K-뷰티 M&A 시장은 향후 2~3년 정도는 장밋빛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장 화장품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인 화성코스메틱과 지디케이화장품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인 클래시스는 경영권 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국내 화장품 산업도 당장 정점이라기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K-뷰티는 채널 측면에서 온라인에서 맷집을 키우고 메인 시장인 오프라인으로 확장 중"이라며 "카테고리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우 기초에서 색조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중장기 성장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