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수입규제 확대, 경기 회복 부진 등으로 내년 1분기 국내 기업 수출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분기보다 수출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기업 전망이 나온 것은 4개 분기 만이다. 특히 반도체, 가전 분야 전망치는 4분기 수치 대비 반토막 났다. 반도체는 중국 범용 D램 반도체 수출 증가, 가전은 북미·유럽연합(EU) 등 주요 고객 수요 둔화 여파로 수출 감소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EBSI 지수는 96.1로, 4개 분기 만에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EBSI가 100보다 높으면 다음 분기 수출 호조를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반대다. 조사는 전년도 수출 실적 50만달러(약 7억2000만원) 이상인 20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이번 조사에는 1010개사가 참여했다.
품목별로는 15개 품목 중 10개가 100보다 낮은 값을 기록했다. 가전은 52.7로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EU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가전 전망치는 3분기 100.8에서 4분기 97.5로 100 밑으로 떨어졌고 내년 1분기 전망치는 반토막났다.
반도체도 64.4로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중국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인한 경합 심화, 전방산업 재고 증가 등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는 2분기 148.2, 3분기 125.2, 3분기 135.2로 120~140대를 기록하다 반토막 났다.
선박(146.4)은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중심 수출 확대, 선박 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차부품(130.7)도 하이브리드차(HEV) 수요 증가, 북미 위주 수출 호조 지속 등으로 수출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항목별로는 10개 중 9개가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수입규제·통상마찰(74.5)', '수출상품 제조원가(82.7)' 수치가 낮았다. 무협은 "주요국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규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다만 석유제품과 차·차부품 중심으로 '수출단가(106.2)' 여건은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으로 평가됐다.
내년 1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은 '원재료 가격 상승'(17.4%),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15.2%) 등이 꼽혔다. 특히 수입규제 확대 우려는 8.1%로 4분기 3.6%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허슬비 무협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 수출 기업들은 각국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