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권해영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민주당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면서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 위기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와 머스크가 셧다운을 가시화하며 의회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현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예산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공화·민주당 지도부는 연방정부 예산 소진이 임박하자 내년 3월14일까지 정부 운영에 필요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 뉴스에 "임시예산안은 여러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민주당의 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는 정부 부채 한도를 의회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가 부채 한도 증액이나 폐지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는 편이 낫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이다. 그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우리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셧다운을 보게 될 것"이라며 "다만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셧다운이 되고 현직 대통령에게만 피해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으려면 의회는 20일까지 임시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임시예산안 처리 만료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로운 예산안 도출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 임시예산안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일단 셧다운이 발생하면 당장 수십만 명의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앞서 2018년에도 12월부터 5주간 정부 셧다운이 발생한 적이 있으며, 의회예산국(CBO) 추산으로 당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약 3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선 셧다운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9대 의회에서 같은 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계속 의장직을 맡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일부 의원들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존슨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한 이번 임시예산안을 놓고 민주당과 협의했다.
현재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새 예산안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이번 임시예산안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 CEO가 주도했다.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머스크 CEO는 전날 임시예산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머스크가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 무산을 주도하면서 셧다운 국면에 정치적 임을 과시하고 있다"며 "하원에서는 머스크가 의원이 아닌데도 의회 절차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