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공공장소에 세워진 동상마다 '가짜 눈알'을 붙이고 다니는 시민들 때문에 미국 오리건주의 소도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건주 벤드시 당국은 최근 인스타그램 등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커다란 플라스틱 가짜 눈알을 동상마다 붙이고 다니는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당국은 "도시 곳곳의 예술 작품에 가짜 눈알이 붙고 있다"라며 "이 눈알이 웃음을 유발할지는 몰라도, 예술 작품을 훼손하며 제거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가짜 눈알'로 피해를 본 공공장소 내 동상은 8개에 이른다.
이 동상들 모두 고가이기 때문에, 접착제를 이용해 붙인 가짜 눈알을 뜯어내려면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야 한다. 이 때문에 '피해 복구'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물론 화환이나 산타 모자를 씌워놓는 행위도 묵과하지는 않겠지만, 그라피티·가짜 눈알처럼 동상의 가치를 직접 훼손할 수 있는 행위는 부디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시 대변인인 르네 미첼은 눈알에 바른 접착제가 동상의 부식을 막는 코팅을 벗겨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상에 쓰인) 강철은 접착제 때문에 녹이 슬어 사라질 수 있다. 이걸 막으려면 화학 처리를 해야 한다"라며 동상에서 눈알을 제거하는 데 이미 1500달러(약 215만원) 이상 지출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짜 눈알을 추가하면 사람들을 재밌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의도치 않은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짜 눈알 붙이기 열풍'은 최근 오리건 지역 여러 도시에서 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눈알이 붙은 조각상들이 유명해지면서, 지역 방송은 물론 미국 내 유명 토크쇼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한다.
현지 시민들은 시 정부의 '경고'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모양새다. 가짜 눈알을 붙이지 말아 달라며 당부한 글에 오리건 주민들은 "사람들이 무해한 장난을 하는 걸 막는 대신 노숙자 문제 해결부터 고민하는 게 어떨까",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정말 중요한 일을 맡고 있나 보다", "이 공지가 더 많은 가짜 눈알 열풍을 불어왔으면 좋겠다" 등 조롱하는 댓글을 올렸다.
논란이 커진 가운데 미첼 대변인은 최근 미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당국은) 강경하게 대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라며 "단지 우리는 방대한 공공 예술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으며, 접착제를 바르면 예술품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지역 사회에 알리려 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