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원화를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가난해지는 시대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국 대비 환율도 상승 추세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국내의 정치적 불안이 환율 상승에 복합적으로 기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환테크'에 관심이 쏠린다.
환테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화는 역시 기축통화인 달러다. 최고의 안전자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이 올해 10% 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1294.40원에서 10일 오전 기준 1428원대를 기록했다. 달러를 가진 사람은 실질적으로 자산을 늘렸고, 원화를 갖고 있던 사람은 자산을 그만큼 잃은 셈이다. 자산의 일정 비중을 달러로 가져가는 환테크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달러 재테크를 시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외화예금이다.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달러 통장'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주요 은행에서 쉽게 개설할 수 있다. 일반 계좌처럼 비대면 개설도 가능하다. 예금자 보호로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장된다. 세금 부담도 적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연간 금융소득이 높지 않은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개인의 연간 금융소득(이자나 배당소득)을 더한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예금 계좌를 개설하면 실시간 환율에 따라 달러를 구매해 예치할 수 있다. 이후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전하여 차익을 실현하거나 달러로 직접 인출할 수 있다. 해외여행 후 남은 달러를 보관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달러 통장은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이자가 기준금리(3.00%)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4대 시중 은행 중에서 9일 현재 가장 이율이 높은 곳은 하나은행(3.3841%)이다. 다만 외화예금은 1.75%의 환전수수료와 1~1.5% 수준의 인출 수수료가 붙는다.
환매조건부채권(RP)은 단기 자금 활용에 유리한 투자 전략이다. RP란 증권사가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한 후 발생한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달러 상품도 있다. 투자 방법은 자유입출금 형식과 기간형(일주일에서 1년)이 있다. 다만, 외화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안정성은 조금 떨어지는 대신 은행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받는다.
기준금리가 최근 인하되면서 조금 낮아졌지만, 아직도 4% 이상의 이율을 제공하는 증권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주일에서 1년까지 '기간형' RP에 대해 연간 4.20%의 이율을 제공한다. 키움증권의 RP 이율도 최고 4.20%다. RP를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매매 가능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이지만, 증권사별로 다른 경우가 있다. 또한 외화RP는 만기 시 자동으로 환매되지는 않기 때문에 매매 가능 시간에 직접 매도 처리도 해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달러 투자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으며 달러 환율에 연동되어 수익이 결정된다. 증권계좌만 있다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달러 ETF의 경우 연간 0.2~0.4%대의 운용 수수료와 배당소득세(매매차익의 15.4%)가 발생한다. 또한 환율이 떨어지는 것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도 있기 때문에 상승장과 하락장에 모두 운용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초자산을 달러로 하는 대표적인 ETF로는 KODEX 미국달러선물, KOSEF 미국달러선물이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달러선물은 9일 현재 1년 수익률이 13.43%, 3개월 수익률이 8.09%이다. 키움자산운용의 KOSEF 미국달러선물은 1년 수익률 10.72%, 3개월 수익률이 7.38%였다. 삼성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은 기초자산의 수익률의 2배수와 음의 2배수를 각각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도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만 운용하고 있다.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음의 2배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이다.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면 환테크족을 위한 플랫폼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최근 외화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달러리치'는 실시간 환율과 투자 적합성 분석 기능을 제공한다. 초보자들이 환율 흐름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스위치원'은 환전 우대율 100%를 제공하며, 외화를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하나 FX 마켓'은 외화 매매와 예약 거래, 환율 알림 등 다양한 기능으로 편리한 환테크 환경을 지원한다. 모두 초보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