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궁지 몰린 尹, 정치적 위기감으로 계엄령 선포'

英 BBC, 尹 비상계엄 선포 이유 분석
"디올백·주가 조작 등 스캔들 휘말려"
"정치적 문제로 성급히 계엄령 선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갑작스레 선포한 비상계엄이 4일 새벽 4시30분부로 해제된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이 이를 두고 "정치적 위기감으로 벌어진 사태"라고 분석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한국 대통령이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다뤘다. 매체는 "한국 대통령은 화요일 밤 거의 50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민주주의에 계엄령을 선포해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그는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계엄령을 성급하게 선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포위된 것처럼 필사적으로 행동했다"는 관측자들의 말을 인용, "그의 정치적 위기감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BBC는 "심야 TV 방송을 통해 발표된 윤 대통령의 과감한 조치에는 '반국가세력'과 북한의 위협이 언급됐다"면서도 "그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문제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비교해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며 "증거도 없이 야당을 북한 동조자로 묘사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BBC는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주가 조작 사건 등 여러 스캔들에 휘말리며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다"며 "그는 지난달 사과문을 발표했고, 부인의 업무를 감독하는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야당이 요구한 조사(특검)는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 (대통령)거부권이 없는 주요 정부 예산안 삭감을 제안했고, 김 여사에 대해 부실 수사한 감사원장과 고위 검찰 등을 탄핵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국에서의 마지막 계엄령은 1979년이며, 1987년 의회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1월6일 미국에서 일어난 폭동보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명성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리는 법적 남용이자 정치적 오산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