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첫 경고했던 로치 '韓계엄령은 찻잔 속 쿠데타…탄핵절차 장기화시 원화 약세'

세계적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창업자가 한국의 계엄령 사태를 두고 "찻잔 속의 쿠데타"라면서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장기화할 경우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출신인 로치 창업자는 과거 월가에서 가장 먼저 1997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위기를 경고했던 인물이다.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창업자. 데이비드 로치 본인 제공

로치 창업자는 4일 새벽 퀀텀 스트래티지에 게재한 '대한민국 계엄령-찻잔 속의 쿠데타(Korea Martial Law - Coup in a Tea Cup)'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먼저 그는 "나는 한국 자산이나 통화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만약 보유하고 있다면 침착하라. 이번 사태는 한국 기준으로도 너무 터무니없어(bonkers), 곧 사라지고 잊힐 것"이라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제언했다.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계엄령 선포에 따른 몇 시간의 혼란 끝에 이날 새벽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였다.

로치 창업자는 "계엄령을 선포할 이유가 없다. (북한과의) 국경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국내 불안도 없다"면서 "유일한 (계엄령 선포의) 정당화 근거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가 소속된 정당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큰 난관에 부닥쳐있으며 예산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힘 대표인 한동훈 대표마저 계엄령 선포를 규탄했다면서 한국 헌법상 국회의 과반수 투표로 해제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결의안은 여야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며 곧바로 신속한 계엄 해제 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로치 창업자는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탄핵 절차가 장기화할 경우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 작성 시점 기준이었던 약 1430원의 달러·원 환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원화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라고도 짚었다.

전날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금융시장에서는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41원대까지 치솟고 비트코인 원화마켓 가격이 급락하는 등 충격이 확인됐다. 쿠팡, 포스코홀딩스, KT, KB금융 등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내려앉았다. 이러한 충격은 국회의 결의안 가결 후 새벽 4시27분께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하며 일부 안정을 되찾았으나 시장 안팎에서는 단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이날 로치 창업자는 윤 대통령의 탄핵 이후 좌파 성향의 신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불교 사찰로 보내질 것'이라는 풍자적 표현을 쓰면서 정치적 몰락, 은둔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관용구 '찻잔 속의 태풍'에서 따온 찻잔 속의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한국은 이 쿠데타가 자리 잡기엔 민주주의의 길을 너무 멀리 왔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엄령과 같은 비민주적 행태를 충분히 견제할 만큼 강력하다는 평가로 분석된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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