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에서 한중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까지 재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고위급 교류 활성화 등 개선 흐름을 탄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무역 압박을 예고한 미국의 '트럼프 2기'에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 취 웨이시 부원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만나 "한중 양국은 FTA 2단계 협상에 속도를 내면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의 큰 틀 아래 실무적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 구축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FTA는 주로 상품 분야에 관한 것이었다. 개방률이 낮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대중 무역에서 큰 폭의 흑자를 챙겼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어 양국은 올해 5월 서비스 분야로 상호 개방을 확대하는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문화·관광·법률·금융 등 분야로 시장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취 부원장은 "2단계 협상에서 합의하도록 속도를 다그쳐야 한다"며 "중국은 서비스 무역 개방을 확대하고 중한 서비스 무역 협력에 좋은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특히 "중·한·일 FTA 협상을 추진하고, 한중 양국이 아태 지역에서 다자 무역체계를 함께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FTA 협상은 2019년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중 양국은 최근 고위급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자 면제 조치를 '깜짝' 발표하며 양국 간 해빙 무드가 무르익고 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선 중국이 희토류·요소수 등 자원을 무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취 부원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산업망·공급망 협력에 있어서는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는 것"이라며 자원 무기화가 중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한중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자 하는 배경에는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취 부원장은 트럼프 2기에 대한 대응을 묻자 "미국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든 대응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대중 관세를 올릴 경우 오히려 미국의 중산층·빈곤층의 피해가 커진다는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를 언급하며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도 국민에 한 약속을 정부 출범 이후 그대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으로선 예측이 불가능하고, (트럼프) 본인이 향후 조정할 수도 있으니 정책이 나오는 시점에 다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