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9)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29일(현지시간) 연임을 확정했다.
WTO는 이날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특별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회원국 합의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현 사무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태생인 오콘조이웨알라는 2021년 3월 여성이자 아프리카 출신 최초로 WTO 수장에 올랐다. 공식 임기는 2021년 8월부터 시작했다.
이날 WTO 회원국들이 유일하게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나온 그의 재임에 동의하면서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내년 8월부터 4년의 새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그의 연임 여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거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활동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말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의 첫 입후보 당시 반대 국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었다. 이듬해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야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사무총장에 오를 수 있었다. WTO 사무총장은 164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어서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선출이 어렵다.
WTO 안팎에서는 만약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늦어졌다면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의 연임은 어려웠을 수 있다고 관측한다. 그의 재임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집권 2기는 내년 1월에 시작한다.
이에 이날 연임 결정은 자칫 기관 수장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WTO 회원국들이 서둘러 현 사무총장의 재임을 확정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WTO의 한 소식통은 AFP 통신에 "회원국들이 현 사무총장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조직 수장이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재임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WTO 간 벌어질 갈등이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정책 구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앞서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WTO 무역분쟁 상소 절차에 구조적 우려가 있다며 상소기구에 참여할 위원 선임 절차에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이로 인해 WTO에서는 분쟁 상소기구가 사실상 구성되지 못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 구상인 보편관세에 대해 "무역 상대국의 보복을 촉발하면서 거래 당사국 양측 모두 실패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