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 위안화가 내년 사상 최저가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상 위안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트럼프 관세’를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위안화가 지나치게 크게 하락한다면 내수 경제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환율을 놓고 중국은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미 경제매체 CNBC가 주요 투자은행 및 연구기관 13곳의 역외달러·위안 환율 전망을 취합한 결과, 달러당 위안화는 내년 말까지 평균 7.51위안으로 하락할 것으로 집계됐다. LSEG에 따르면 이는 중국 정부가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이후 위안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지난 5월 미 대선 이후 2% 이상 하락했으며 이날 7.25위안 선에서 거래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까지 위안화가 달러당 8위안으로 가장 크게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BNP파라바는 7.7위안, UBS와 모건스탠리는 7.6위안, 골드만삭스는 7.5위안까지 달러당 위안화 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 즉시 중국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중국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조치와는 별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 같은 대중 관세 부과 조치를 모두 시행하는 시나리오에서 위안화 가치가 가장 가파르게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관세는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과 무역이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의 통화가 가장 큰 폭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에 첫 번째 관세를 부과했을 때 달러 대비 위안화는 약 5% 하락한 바 있다. 이듬해 무역 긴장이 고조되며 1.5% 더 떨어졌다.
통상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 구매자가 중국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한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이 가운데 추가 약세는 자본의 국외 유출을 가속할 수 있다.
위안화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흔들리고 있는 내수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9월부터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중국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BMI의 세드릭 체하브 수석 경제학자는 “달러당 위안화 값이 중국 외환시장 방어선인 7.3위안 수준에 이미 근접해 있다. 이를 돌파하면 중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