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역마진’ 우려에도 ‘기업대출’ 몸집 불리기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중소기업 A사는 기존에 5%대 기업은행의 대출을 이용하다 최근 시중은행으로 갈아탔다. A사는 기존 기업은행과의 대출 만료 시점에 맞춰 여러 곳의 시중은행으로부터 연 3~4%대의 금리를 제시받았고, 그중 가장 저렴한 3.2%대 금리를 제시한 은행으로 옮겼다.

은행들이 '역마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낮춰 공격적인 기업 대출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성장세가 막히면서 자금을 운용할 곳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사업장의 경우 기업은행이나 해당 지역 지방은행이 주로 거래해왔으나, 최근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 대비 저렴한 조달금리를 무기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대기업·중소기업 대출 합산)은 지난달 말 기준 830조3710억원으로 전년동월(764조3159억원) 대비 66조551억원(8.64%) 늘었다. 연초(2024년 1월) 770조1450억원 대비해서도 60조2260억원(7.82%) 늘어난 규모다.

5대 은행 중 최근 1년(2023년 10월~2024년 10월)간 기업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은행이다. 기업대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이지만, 성장세로는 신한은행이 앞질렀다. 신한은행은 1년 새 20조5783억원 늘었다. 이어 우리은행이 20조1243억원으로 뒤이었다.

최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우량 기업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A사의 사례처럼 우량기업의 경우 기업대출 만기 시점에 맞춰 은행 간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식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서비스는 대동소이해 차별화 포인트가 금리밖에 없어서다.

은행 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의 배경으로는 가계대출 성장세가 막힌데다, 기업고객을 유치하면 임직원 급여통장 개설, 신규 대출 모집, 카드발급, IRP 퇴직연금 계좌까지 비이자수익도 챙길 수 있어 부수 효과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개인대출보다는 지방 사업장을 상대로 한 기업대출의 규모가 큰데, 그동안은 기업은행과 경쟁했다면 이젠 낮은 조달금리를 무기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과도 상대해야 한다"며 "올해 들어 지방은행과 거래했던 기업들이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시중은행이나 기업은행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은행권에서 기업대출을 조절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밸류업 계획의 주주환원 기준이 되는 보통주 자본(CET1)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RWA는 은행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위험 정도를 반영해 계산한 것인데, RWA 관리를 위해서는 위험도가 높은 자산 확대를 통제해야 한다.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이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기업대출에서도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에 있어서도 자금이 꼭 필요한 기업에 대출이 나가야 하는데, 위험관리를 위해 기업대출도 안정적인 대기업 위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금융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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