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11·5 미국 대선 패배로 내년에 백악관에서 물러나야 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향후 거취를 두고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가 거론됐다. '블루월' 최후의 보루라는 상징성을 지닌 캘리포니아의 수장 자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자 하는 야권 인사에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24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내년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백악관을 떠나는 해리스 부통령의 향후 행보를 예상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 저항의 보루이자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개빈 뉴섬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2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현재 2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관계로, 주법에 따라 2026년 차기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만약 2028년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고향인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레드 힉스 민주당 전략가는 "202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때까지는 시간도 너무 많이 남아 해리스 부통령도 쉽게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후반 '트럼피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에 맞설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가 지닌 상징성이 다음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22~29일 UC버클리 행정대학원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캘리포니아주 등록 유권자 483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 ±2%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6%(민주당원 72%)가 차기 주지사 선거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4년 임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면 2028년 대선에 출마가 어려울 수 있지만, 전임자들보다 20년 이상 젊기 때문에 2032년 대선을 노리면 된다는 게 힉스 전략가의 설명이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다음날인 지난 6일 패배 승복 연설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와 기회, 공정, 존엄을 위한 싸움, 최상의 미국을 대변하는 이상을 위한 싸움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권 재도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퇴임 후 1년여간은 휴식을 취하며 주변 정리를 하는 시간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도 이듬해 대선 회고록 '무슨 일이 있었나(What Happened)'를 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