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김평화기자
올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제정책평가에서 다수 분야 1위를 기록했다. 그간 상위권에 머물다 올해 처음 선두를 차지했다. 우리 정부는 다른 국가에서 한국 행정 체계를 배우려 한다며 이번 성과의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규제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OECD 38개 회원국 대상으로 이뤄지는 '2024년 OECD 규제정책평가'에서 2개 분야(규제영향분석·사후평가) 1위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OECD에서 공개한 3개 분야를 아우르는 투명성 지표에서도 우리나라가 1위를 기록했다.
OECD 규제정책위원회는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회원국 규제 정책을 ▲규제영향분석(신설·강화규제 심사 등) ▲사후평가(기존 규제 적합성 검토 등) ▲이해관계자 참여(규제 도입·집행·평가시 국민 의견수렴 등) 등 3개 분야로 나눠 평가한 뒤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규제영향분석에서 법률과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모두 1위다. 과거 평가에서 2~4위에 머무르다 올해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심층 심사 대상을 확대해 신설·강화 규제 필요성과 적정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사후평가에서도 법률과 하위법령 모두 38개 회원국 중 1위다. 2021년과 비교해 법률은 5위에서 1위로, 하위법령은 7위에서 1위로 상승했다. 규제 시행 전 알기 어려웠던 부작용이 시행 이후 발생하지 않는지, 초기 규제 목적을 달성하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이해관계자 참여에선 법률 3위, 하위법령 5위를 기록했다. 법률은 2021년과 동일한 순위이고 하위법령은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타 분야와 비교해 아쉬운 성적표이지만 절대 점수 자체는 2021년보다 상승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남형기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행정 절차 중에 이해관계자에게 일일이 피드백해주는 절차 등을 상대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며 "일부 국가 점수가 오르면서 법률은 동일한데 하위법령 순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OECD가 3개 분야를 아우르는 요소로 올해 처음 공개한 투명성 순위에선 법률, 하위법령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정부가 온라인에서 규제 정보를 공개하고 신설, 강화하려는 규제를 정부입법지원센터에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더한 데 따른 결과다.
남형기 국무2차장은 "외국에서 한국의 행정 체계를 관심 있게 보고 배우려 한다"며 "OECD 메이저가 모인 데서 1위를 했기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를 두고 "행정 한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2022년 5월 이후 총 2900여건의 규제를 개선했다. 투자 창출과 매출 확대 등을 통해 약 148조원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규제 선진국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남 차장은 "법률 개정을 통해 제대로 효과를 봐야 할 규제 개선 성과들이 입법화 미완성으로 현장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며 "국회와 협력해 개정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OECD 규제정책평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8개 회원국의 규제 정책, 제도를 대상으로 했다. OECD 규제정책위원회는 작년 5월 회원국에 규제영향분석, 사후평가, 이해관계자 참여, 일반적인 규제정책 등을 물었고 국조실이 답변과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OECD는 올해 평가 결과를 각국에 개별적으로 알린 상태다. 내년 5월에는 올해 평가의 구체적인 내용과 회원국별 규제 정책 개요 및 우수 사례 등을 담은 '2024 규제정책전망'을 OECD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