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 장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반유대주의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에서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자연적 권리를 행사하려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CC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101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며 "무함마드 데이프의 시신에 체포영장을 발부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ICC 검찰은 지난 5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혐의로 데이프 등 하마스 지도부 3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살해했다고 밝혔지만, 하마스는 데이프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에 반하는 어떤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도 우리가 우리나라를 계속 지키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체포 영장이 발부된 갈란트 전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ICC가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고 반발했다.
이날 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원칙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은 ICC 124개 회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체포 가능성은 작다. 영장 집행을 이행하지 않은 회원국을 제재할 명확한 방법도 없다. 예컨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ICC에 수배 중이지만, 지난 9월 ICC 회원국 몽골을 방문했을 때 오히려 환대받았다.
ICC 미가입국이자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이날 ICC 체포영장 발부에 "이 결정을 이끈 절차상 오류를 우려한다"며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ICC 회원국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EU의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당사국은 이 법원 결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정치적 결정이 아닌 법원의 결정으로, 이는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ICC의 법규를 따를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실제 네타냐후 총리 체포에 대해선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라 오늘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