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책상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심장 관련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가에 운동을 하더라도 위험을 줄이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N 방송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소속 심장학 선임 연구원 에짐 아주포 박사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아주포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평소 신체 활동을 많이 하는 것과 상관없이 너무 오래 앉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주일간 신체에 가속도계(물체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장치)를 달고 생활한 약 9만명의 실험자 자료를 분석해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자의 활동 수준은 가속도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센서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통해, 실험자들이 몸을 움직이는 시간과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구분한 것이다.
조사 결과, 앉아서 보낸 시간이 많은 실험자일수록 심혈관 관련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앉아 있는 시간과 심장 질환의 구체적인 상관관계에 대한 판단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연구진은 여전히 오래 앉는 생활 습관은 심장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일반적인 지침'은 제시할 수 있다고 봤다. 아주포 박사는 "우리는 가능한 한 하루 평균 10.6시간 이상 앉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공중 보건 지침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인 첫 단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은 9만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한 만큼 지금껏 이뤄진 심장 질환 관련 조사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는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표본 대부분은 영국에 소재한 'UK 바이오뱅크(Biobank)' 데이터를 이용했다. 따라서 샘플 대부분은 유럽계이거나 백인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연구는 여전히 단순 관찰에 불과하다. 앉아 있는 시간과 심장 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찾을 수 있지만,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심장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할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온종일 앉아 있으면 다리 근육이 약화해 심장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근육은 혈액 내 혈당, 지방 수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무직 노동자가 데스크 앞에 앉아서 일하는 만큼, 1일 평균 앉는 시간이 10.6시간을 훌쩍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차선책으로 좌석 데스크 대신 스탠딩 데스크 앞에 서서 업무를 할 수도 있지만, 연구진은 '서서 일하는 것'보다는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아주포 박사는 "격렬한 신체 활동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의 해로운 효과를 완전히 중화하지 못한다는 게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운동이 평소 습관의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없애진 못한다고 해도 운동을 포기해선 안 된다. 아주포 박사는 "여전히 종일 앉아 있기만 한 사람보다, 가끔 운동하는 사람이 더 건강한 사람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