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1조3808억원에 달하는 재산 분할이 걸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소송’이 기업 도산·회생 사건 전문가로 알려진 서경환 대법관(사법연수원 21기)에게 맡겨지면서, 재계와 법조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상고심은 지난 8일 자정을 기해 본격적인 대법원 법률심리가 시작됐다.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8월 22일부터 약 석 달 동안 최 회장 측의 상고이유 등을 검토한 끝에 ‘심리불이행 기각’하지 않고 정식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이 가진 SK그룹 지분 등 재산의 성격,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노 관장의 기여도 등 쟁점 사항들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8월 21일 이 사건을 1부에 맡기면서 사건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합의를 끌어나가는 주심으로 서 대법관을 낙점했는데, 기업 사건에서 보여준 서 대법관의 능력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 대법관은 1995년 3월 처음 법복을 입은 후 3년차가 된 199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업의 법정관리 파산, 회생절차를 담당하는 재판부 소속으로 일한 바 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 연수를 가서 소비자파산을 연구했고 2019년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2021년 서울회생법원장이 됐다.
대법관에 임명됐던 지난 7월에 그는 이혼한 부부 중 한 사람이 자녀 양육을 홀로 맡은 경우, 상대방에게 가지는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에서 "양육비청구권이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이라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다수의견을 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사건에서는 부부의 재산과 SK그룹의 연관성을 특히 세밀하게 따져보고 최 회장으로 하여금 노 관장에게 합계 재산의 35%인 1조3808억원을 분할해주라고 한 원심판결이 타당한지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이 받아 가야 할 재산분할액은 가정과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 회장의 SK(옛 대한텔레콤) 지분이 선친에게서 받은 ‘특유재산’인지 여부가 대표적이다. 노 관장 측은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입장이지만 SK 측은 원고가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인수한 것이므로 명백한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에 대해서도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실제 SK에 유입됐는지, 그것이 그룹 성장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앞서 2심은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토대로 SK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을 받아 성장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자금의 전달 시기나 방식은 특정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앞서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5월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그중 35%인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주라며 재산분할 액수를 대폭 상향했고 20억원의 위자료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최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