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종]한국항공우주, 활주로 끝에서 이륙 대기 중

FA-50 전투기 수출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
KF-21 한국형 전투기로 무한 확장
계약 지연 이슈는 주가에 부담 요인

편집자주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한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방위산업주 주가가 K2 전차·K9 자주포·천궁-II·천무 등 지상 무기 체계 수출 증가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한국항공우주(KAI)가 이달 들어 본격적인 주가 상승 날갯짓을 하고 있다. FA-50 전투기, KF-21 한국형 전투기, 수리온 기동헬기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AI는 항공기, 우주선, 위성체, 발사체를 비롯해 관련 부품에 대한 설계, 제조, 판매, 정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송골매 무인기, KT-1 기본훈련기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KF-21 한국형 전투기와 소형무장(LAH)·민수헬기(LCH) 등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이 주관하는 차세대 중형위성, 국방 위성 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형 발사체 체계 총조립을 담당했다. 핵심 구성품인 1단 추진제 탱크를 제작하는 등 우주사업 전반의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액 2조5389억원, 영업이익 19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9%, 113.2% 늘어난 규모다.

내년부터 본격 성장…해외로 나가는 전투기

여의도 증권가는 내년부터 KAI가 본격적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방산업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방 예산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비는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방위력 개선비는 총 107조4000억원까지 늘어난다. 국방부는 방위력 개선을 위해 수리온(KUH) 기동헬기 양산 전력화, FA-50 전투기 양산 및 전력화 계획을 세웠다. KAI 수주잔량과 군수사업 중장기 계획 등을 고려하면 군수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부문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수출이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과 FA-50 체결한 공급계약만 고려해도 매출이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FA-50 추가 수출 계약과 KF-21 초도 양산 등도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즈베키스탄 FA-50 사업은 추가 무장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연내 승인받을 시 빠르게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수주를 목표로 진행 중이던 필리핀 FA-50 추가 도입 사업 협상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 중인 완제기 수출 사업을 고려하면 올해 기대했던 수준의 신규 수주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동구 유럽 국가에서 러시아제 무기체계 탈피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공군이 FA-50 48대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KAI 매출 규모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미래 전장 운용개념에 부합하는 성능을 갖춘 다목적 한국형 전투기(KF-21)를 개발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6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과 KF-X 체계 개발 계약을 맺었다. 2022년 7월 최초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초음속 비행·야간비행·기총사격·무장분리 등 비행시험을 통해 지난해 5월15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추가 시험 및 검증을 거쳐 2026년 6월 체계 개발을 마무리 짓는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정치외교 문제로 5세대 전투기인 F-35와 같은 최신 기종을 구매할 수 없는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현재 대한민국 공군용으로 양산을 진행 중"이며 "스텔스 성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로의 확장이 가능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국가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지상 방산이 주식 시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 항공우주 및 해상도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며 "KAI의 FA-50, KF-21, 수리온 공급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준비된 우주항공 밸류체인…경쟁력 확보

우주 사업부문 전망도 밝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우주 산업을 육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8년 5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발표한 '우주정책명령 2호'에는 우주의 상업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명시했다"며 "민간 우주 산업의 빠른 혁신과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우주 규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기한 종합적 규제 완화 요구와도 같은 맥락"이라며 "스페이스X가 운용하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 이용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나 광대역 통신망 구축 프로그램(BEAD) 예산 할당 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AI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할 것에 대비해 위성을 개발하고, 우주발사체, 우주비행체 등 우주모빌리티 사업 전반에 걸쳐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일 위성통신 부품 제조업체 제노코 지분 37.95%를 545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통신 위성 탑재체 제작 역량과 안정적인 위성 지상국 운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KAI가 제노코를 인수해 사업 확장 의지를 보여줬다"며 "위성 및 항공전자 분야에서 부품계통의 수직 계열화, 재료비 절감, 기술 내재화 및 개발 역량 강화 등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군사용 위성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KAI는 이미 군 정찰 위성 도입 사업인 425 사업의 주관 업체로 초소형 위성체계 사업 수주를 위한 검증 위성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제노코를 인수해 초소형 영상레이더(SAR) 위성 탑재체 제작 역량 강화를 비롯해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낙관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최근 주가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했으나 계약 지연 이슈는 고려할 사항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까지 KAI의 완제기 수출 수주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며 "시장에서 기대해 왔던 대형 수출 프로젝트가 최종 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올해 상반기 중 계약을 기대했던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수리온 헬기 아랍에미리트(UAE) 수출계약과 1조원 내외의 이라크 수출계약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1조원 규모의 FA-50 우즈베키스탄 수출계약은 미국의 수출 허가에 발목이 잡혀있다. 물론 계약 체결 시기의 문제일 뿐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외형 성장 시나리오를 수정할 정도로 악재는 아니다. 다만 주가 측면에선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다리는 수주 소식이 아직 전해지지 않으면서 올해 3분기까지 주가가 부진했다.

정부 의존도가 높은 방산 특성상 국방비 항목 가운데 방위력 개선비 예산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 국방정책이 빠르게 변하면 방산 시장 규모 역시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해 별도 기준 전체 매출액의 51.74%인 1조9653억원이 방사청 등 내수 매출에 집중되어 있다.

증권자본시장부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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