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은 2%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우리 경제는 내수가 일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이 둔화됨에 따라 성장률은 올해(2.2%)보다 낮은 2%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박 실장은 민간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설비투자도 회복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수 회복 속도가 다소 느리고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전체 경제 성장률은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건설투자 부문의 경우 올해 2.3% 역성장할 것이며 내년에는 2.7% 역성장을 해 더욱 부진이 심화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2022년 중 급격한 금리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주택시장 조정 등으로 수주·허가·착공 등 건설투자 주요 선행지표가 2022년 중반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악화해왔다며 “공사 진행 속도 등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예정된 건설 규모 자체가 감소함에 따라 건설투자는 부진할 정망”이라고 말했다. 총수출 증가율은 향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등 통상갈등이 일어날 수 있어 올해 7.2%에서 내년 2.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동차·반도체 등 대미 주력 수출품목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내년 세계 경제도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국 우선주의 추진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바라봤다. 보편적 관세 도입이나 양자협상 통한 대미통상 압력 강화 등 실제로 정책이 집행될 경우 세계 교역량이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되는 반면 성장세가 약화되는 상황을 볼 때 한국의 경우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내수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금리 인하에 따른 부채 증가 및 주택시장 과열 등 금융 불균형 위험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방향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부담 등이 기준금리 인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대외여건을 봐가며 유연하게 운용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가계부채 증가 등의 금융 불균형 문제는 금융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박 실장의 전망치보다 낮게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7%로 예상하며 올해 순수출에 있어서 이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내년에는 (순수출이) 경제성장에 올해만큼 역할을 할지 미지수”라면서도 “성장률 일부 손해가 발생하겠지만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그간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버텨낼 체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권효성 블룸버그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9%로 전망하며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올해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정신동 KB경영연구소장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가 중국과 물리적 충돌까지 고려하는 지 걱정”이라며 “북한 문제와 중국·대만 등 양안 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금융시장 자본유출이 이뤄질 수 있어 큰 리스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금융시장·디지털금융 및 기후금융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금융시장에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경우 금리 인하 효과로 자산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상승 여력은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실장은 전자금융거래·빅데이터 및 AI·클라우드 및 보안·가상자산·디지털화폐·핀테크 사업 등 디지털금융과 관련한 전망을 내놨다. 이어 기후금융의 경우 공시 범위가 생물다양성·인권 등으로 확대되며 전환금융 수요 증가로 주요국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추세에 있어 전환금융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이 국제적인 기후금융 관련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국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경제안보 수단으로 친환경정책이 사용될 수 있어 예상보다 영향이 적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