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재명 대표 첫 1심 선고…'李 사법리스크' 진위 판가름

김문기 관련 발언 '행위'에 포섭 놓고 의견 갈려
백현동 관련 사건 유죄 가능성 높게 점쳐져
25일 위증교사 사건 선고…이 대표 연일 페이스북 통해 무죄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가 이번 주 나온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건의 재판 중 가장 먼저 나오는 법원의 유무죄 판단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진위를 판가름할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실관계가 단순하고, 이미 드러난 증거들도 적지 않아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해온 사건이다. 특히 2027년 3월 치러질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큰 선거범죄 사건인 만큼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오는 15일 오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당시 직원이 워낙 많아 하위직인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가 성남 시장 시절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김 전 처장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한 사실과 김 전 처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직접 보고를 받은 정황 등이 드러났다. 대장동 비리에 자신이 연루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실무 담당자였던 김 전 처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다음 날 방송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백현동 용도 변경 배경에 대한 발언의 경우 '주거용도 개발 불가' 입장을 선거 공약으로까지 내세웠던 이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연녹지지역이었던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무려 4단계나 수직 상향해 용도 변경해주고, 성남도개공을 사업에서 배제시킨 건 자신의 선대본부장 출신 브로커 김인섭의 청탁 때문인데 이 대표가 실제 존재하지도 않았던 국토부의 압박을 구실로 내세웠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지난해 9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밝히면서 "이 의원은 전례 없는 4단계 용도지역 변경이 '국토부 협박' 때문이었다고 합니다만, '용도지역 변경은 지자체 임의 판단할 사항'이라는 2014년 12월 국토부의 회신과 그 회신 결과를 이 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성남시 담당 과장의 진술, '국토부 협박이나 그런 분위기 자체가 없었다'는 성남시·국토부·식품연구원 관계자들의 진술 등 관련자들 대부분이 이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위 물증들에 부합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범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아야 피선거권이 상실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돼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건 물론,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까지 반납해야 한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김 전 처장 관련 혐의가 주로 부각됐지만 법조계에서는 백현동 용도 변경과 관련된 혐의의 유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것처럼 김 전 처장 관련 혐의가 그를 기억하는지 여부에 대한 이 대표 내심의 주관적 영역의 문제라면, '국토부의 압박이 실제 있었는지'는 객관적인 증거나 진술을 통해 판명이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해당 발언을 처음 한 이후 이 대표가 여러 자리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던 것이 검찰의 '고의' 입증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5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뉴질랜드 해외 출장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왼쪽)과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손을 잡고 찍은 사진. 국민의힘 제공

선거범죄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A 검사는 "백현동 관련 사건은 유죄가 날 가능성이 커 보이고, 김 전 처장 관련 사건은 솔직히 반반으로 보인다"며 "허위사실공표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후보자 등의 직업·경력·재산·행위·지지여부 등 허위사실의 대상인 행위 객체를 열거하고 있는데,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이 '행위'에 포섭될지를 놓고 검찰과 이 대표 측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즉 이 대표 측은 어디까지나 이 대표 인식의 영역이지 외부적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머릿속 인식이 외부로 표출된 이상 '행위'에 포섭되는 걸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 다만 A 검사는 "결국은 판사의 심증 형성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는데 '당시 이 대표가 왜 김문기를 모른다고 했을까'에 초점을 둔다면 어느 정도 입증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입증책임과 관련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2항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공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것이 필요하고, 공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증명책임의 부담을 결정할 때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증명은 물론이고 어느 사실이 부존재 한다는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장소에서 특정 행위가 부존재한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면 여전히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 법원이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할 경우 그동안 야당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표적 수사' 주장에 힘이 실리며 검찰이 잇따라 불기소 처분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면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 이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경우 민주당의 검찰과 사법부를 향한 공격은 더욱 거세지겠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됨에 따른 당내 혼란과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는 선거범의 판결 선고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조문의 표제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판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다음 대선 전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큰 사건이다.

오는 25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 대표로부터 위증을 교사받고 실제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는 김진성씨의 진술 외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부탁하는 이 대표의 육성 녹음파일 증거가 있어 지난해 9월 유창훈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던 사건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패한 교사인데 어떻게 위증교사죄가 되나?'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오전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증교사 사건 관련 통화녹음 편집 영상을 공유하며 '진실은 잠시 가려질지라도, 사라지지 않고 결국 드러납니다'라고 적은 글을 올리는 등 선고를 앞두고 무죄 주장에 전력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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