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대가로 9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선거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5일 구속됐다.
전날 오후 두 사람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정지은 창원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2022년 6·1지방선거 경북 고령군수 예비 후보자였던 A씨와 대구시의원 예비 후보자였던 B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정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고,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 11일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는 명씨와 김 전 의원, 제8회 동시 지방선거 고령군수 예비후보자 A씨, 제8회 동시지방선거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자 B씨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씨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를, 김 전 의원을 비롯한 나머지 세 명은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하고,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정치자금 지출에 관련된 5명을 수사 의뢰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뒤 2022년 8월23일부터 2023년 12월28일까지 사이에 총 25회에 걸쳐 합계 9031만6000원을 강씨를 통해 명씨에게 보냈다. 김 전 의원과 명씨는 선거 때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거나 강씨와 명씨의 개인적 채무관계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을 공천받게 해준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강씨는 대선 때 여론조사로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준 명씨가 김건희 여사를 통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도와준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명씨는 또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각 국민의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예비후보였던 A씨와 B씨로부터 공천을 미끼로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명씨는 또 지난 대선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81차례의 여론조사 비용 중 일부를 A씨와 B씨에게서 받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A씨와 B씨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에 수차례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총 2억4000여만원을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 건넸으나 실제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후 돈 일부를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이 구속영장은 자금의 성격이 뭐냐가 먼저 결정이 돼야 하는데, 제가 강혜경씨를 고발했다"며 "예를 들면 강씨와 대비되는 어떤 사람이 살인을 했는데 그 칼이 제 거라는 것이다. 그럼 그 칼을 제가 준 거냐, 범죄 행위에 쓰라고 줬느냐 그게 규명이 돼야 하는데, 그런 게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는 구성요건 사실을 확정하거나 소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하나는 대선 때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고 강혜경씨가 스픽스에서 애기했다. 그런데 김태열씨가10여 차례 돈을 받았는데 몰래 빠져나가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며 "그러면 그 행위가 결정돼야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연루가 됐느냐를 확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사건이 수사가 돼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인자가 같은 버스 타다가 내렸다고 살인자라는 구속영장이라는 건데, 언론인 여러분들이 너무나 검찰을 흔드니까 그런 정치적인, 원론적인 구속영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면 명씨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이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에 담기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통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