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18세의 막내 아들 배런 트럼프가 한몫했다고 보도했다.
9일(현지시간) WSJ 보도에 따르면 배런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아버지에게 조언했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받아들여 이대남 표심의 중요성을 포착해 이른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남성계’로도 번역되는 매노스피어는 정확한 범위를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보통 페미니즘에 반발 정서를 보이고 남성성과 관련된 주제를 선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른다.
WSJ은 매노스피어를 두고 “태도와 주제가 매우 다양한 유튜버와 온라인의 장난꾸러기 등을 포괄한다”면서 “’형제들의 세계’(브로덤·Bro-dom)라는 모호한 개념이 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열성 지지자인 블레이크 마텔은 매노스피어에 대해 “기존의 정통 미디어가 외면하거나 간과한 토양에서 자라난 유기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과거의 선정적인 TV쇼나 남성 잡지 등 현재 주류 미디어에서 밀려난 문화를 공유하고 암호화폐와 에너지음료,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에 열광한다.
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8월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매노스피어의 세계와 결정적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전했다.
당시 90분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아들 배런이 ‘아버지는 이 인터뷰가 얼마나 큰일인지 모른다’고 말해줬다”면서 진행자 로스를 향해 “배런이 당신의 열렬한 팬인데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스는 “배런은 이번 선거의 전략에서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는 우리 연령대에서 현재 누가 인기 있는지를 잘 안다”는 배런 친구의 말을 소개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로건 폴 등 다른 유튜버들의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매노스피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지지도를 높였다.
WSJ은 “당시만 해도 매노스피어라는 세계를 잘 알지 못했던 트럼프 당선인에게 뉴욕대학교 1학년이던 배런이 안내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