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못 참아'…유치원생도 몽클레어·버버리 도배[디토사회]

(12)"하나낳아 잘키우자"가 명품사랑으로
외신 "韓 특유 과시욕·모방심리에 명품소비↑"
中 소황제처럼 자녀 경제관념 부족 우려도

편집자주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디토(Ditto) 소비'. 디토는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디토 소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유명인의 취향과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을 뜻한다. 점차 소비 연령대가 낮아지는 명품 소비, 늘어나는 유행 편승 투자 등 한국 사회의 맹목적 '디토'들을 분석해본다.

저출생이 심화되면서 유아 명품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맞았다. 1명의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자는 'VIB'(Very Important Baby)족이 증가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명품 패딩, 가방 등의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사치품이 유행하면서 양육자의 부담이 늘어나거나, 자녀의 경제관념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아동용 명품 거래를 검색한 결과. 당근마켓.

최근 겨울을 맞아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아동 명품 패딩이 불티나게 팔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몽클레르(몽클레어), 버버리 키즈 등 아동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아동용 패딩은 몽클레르 키즈에서 120만~180만원대, 버버리 키즈는 90만~140만원대에 판매한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아동 명품 거래가 활발하다. 8일 당근마켓에 '키즈 명품', '몽클레어 키즈', '버버리 키즈' 등을 검색하니 여러 상품이 거래되고 있었다. 키와 몸무게의 변화가 큰 성장기 아동들은 금방 옷이 작아지기 때문에 중고거래를 통해 자녀에게 입힐 명품을 사고파는 것이다. 방송인 이지혜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고거래로 자녀 명품을 구매해봤다고 밝히며 "어느 날 놀이터 가보니 애들이 다 명품 패딩을 입고 있더라. 우리 딸을 보니 너무 초라해 보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 명품 소비가 늘어나는 배경에 '적은 자녀 수'를 꼽는다. 많은 가정이 자녀 한명을 두고 있다 보니, 한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명품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픽사베이

이는 인구 억제정책을 펼친 이후 나타났던 중국의 일명 '소황제(小皇帝) 세대'와 비슷하다. 중국은 1980년대 '1가구 1자녀' 정책을 펼쳤는데, 이때 형제·자매 없이 태어난 외동들은 부모와 친척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아동 명품 소비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소황제 세대가 '과잉보호', '경제 관념 부족' 등으로 비판받았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 한국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명품을 입히는 것이 과시욕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몽클레르 겨울 외투가 아이들의 교복이 됐다-한국의 키즈 명품 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유아 명품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과시욕, 모방심리 등을 꼽으며 사치품 유행이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리사 홍 컨설턴트는 "한국인들은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고는) 못 참는다"며 "대부분의 가정이 아이가 한명뿐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 최고급 품목을 선택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아이가 처음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연령이 낮아진다"고 FT에 말했다.

기획취재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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