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겨울 휴가 일본 여행 가시는 분들은 온천 일정 계획 많이 하실 텐데요. 보통 욕장이 딸린 숙박시설이라면 안에서 입을 수 있는 일본식 가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냥 기모노라고 부르시는데요. 사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이름이랍니다. 오늘은 일본 전통 복식 중 기모노와 유카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먼저 일본 숙박시설에서 주는 옷은 유카타입니다. 유카타는 일본어로 '浴衣'라고 씁니다. 목욕할 때 입는 옷이라는 뜻으로, 온천 문화와 관련이 있는데요. 실제로 유카타의 어원은 '유카타비라'라는 말에서 나왔고, 일본어로 '湯?子'라고 씁니다. 목욕할 때 입는 얇은 옷이라는 뜻이죠. 이 어원은 8~12세기 일본 헤이안시대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목욕탕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목욕탕은 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증기를 쬐는 한증막 방식이었다고 해요. 헤이안시대 귀족들은 한증막에 들어갈 때 수증기에 화상을 입지 않고 벗은 몸도 감추고, 겸사겸사 땀도 흡수하기 위해 마 소재로 만든 얇은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이후 한증막에 들어갈 때 입는 옷이 아니라, 나와서 땀도 흡수하는 편안한 옷으로도 입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되면서 무명, 면 소재를 사용하게 됩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지금의 목욕탕 문화는 이후 에도시대부터 정착됐는데요. 이때부터 탕에는 알몸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유카타는 이때부터 배스로브의 개념으로 목욕 후에 걸치는 옷이었다가 점점 입고 밖으로 돌아다녀도 되는 옷처럼 여겨졌다고 해요. 에도 시대부터는 꽃놀이나 여름 축제에 유카타를 입고 외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메이지 시대부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유카타는 여름에 입는 전통 복식으로도 자리 잡게 돼요.
유카타와 함께 신는 신발이 바로 나막신인데요. '게다'라고 부르는 나막신을 맨발에 신습니다. 일본 복식에 나막신을 신은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 유카타를 입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목욕할 때 입는 옷, 그리고 여름에 입는 옷이라고 하니 감이 오시겠지만 유카타는 기본적으로 얇고, 속옷 위에 바로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유카타의 경우는 기모노와 다르게 허리 부분의 띠가 얇은 편으로 간단하게 묶을 수 있는 경우가 많죠.
기모노는 일본어로 '着物'라고 쓰는데요, 한자 그대로는 '입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일본에서 의복 전반을 일컫는 말이었다는데요.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이 서양 복식을 받아들이면서 기모노는 일본식 전통 의상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쓰이게 돼요.
기모노의 유래도 헤이안 시대부터인데요. 원래 일본 전통 복식은 중국의 색이 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궁정에 종사하는 고위 궁녀가 입는 옷은 여러 옷을 겹쳐 입었는데, 그때 아래 받쳐 입던 통으로 된 속옷에서 발전했다고 합니다. 입는 사람의 몸 선에 구애받지 않도록 옷감을 직선으로 자른 뒤 꿰매는 방법으로 재단하는데요. 단추나 옷고름은 따로 없고, 대신 큰 허리띠인 오비로 이를 묶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 기모노는 귀족이나 무사 등 상류층 사람들만 입었다고 해요. 무사들이 득세했던 가마쿠라 시대에는 대장들이 각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색의 기모노를 입었다고 합니다.
에도 시대부터는 서민 계급이 발달하면서 기모노 문화는 전국적으로 보급되게 됩니다. 대신에 귀족들은 비단이나 명주로 만든 기모노를, 서민들은 면 소재를 입었다고 하는데요.
메이지 시대가 되면서 일본이 서양을 따라가는 정책을 펼치게 되고, 정부에서 관료나 군인에게 '정식 자리에서는 기모노 대신 양복을 착용하라'라는 의복령을 내리면서 점차 일본의 복식사도 서양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유카타가 맨발에 나막신을 신는다면 기모노를 입을 때는 양말과 함께 전통 신발을 신는데요. 일본식 버선을 신고 발가락 사이로 끈이 들어가는 조리를 신습니다. 우리가 '쪼리'라고 부르는 슬리퍼가 아마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같은데요. 굽이 높을수록 예장용에 가깝습니다.
기모노는 지금도 결혼식이나 장례식, 대학 졸업식에 입는 관습이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 입기 때문에 입는 방법도 유카타보다 까다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