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겨울을 맞아 어그 부츠가 인기다. 어그는 호주에서 '못생겼다'는 뜻을 가진 속어로 쓰였지만 현재는 편안한 착용감과 뛰어난 보온성,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덕에 겨울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외 많은 신발 브랜드들이 어그 부츠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기가 많은 건 'UGG'라는 상표가 붙은 신발이다. 하지만 같은 'UGG'가 새겨진 신발이더라도, 자세히 보면 가운데 알파벳 'G'가 확대된 로고와 'UGG' 크기가 똑같은 로고 2가지로 나뉜다.
'UGG' 글자가 똑같은 크기로 새겨진 브랜드는 대부분 호주에 뿌리를 둔다. 'UGG Since 1974™', '오즈어그웨어', '어그 오스트레일리아(UGG Australia)®' 모두 호주 업체로, 미국 UGG와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다.
사실 어그의 본고장은 호주다. 호주에서는 1930년대부터 어그가 양털 안감이 있는 양가죽 부츠를 통틀어 부르는 용어로 사용됐다. 특히 1950~1960년대 서퍼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인기를 끌었는데, 어그 부츠는 아침 서핑을 하러 가는 길에 발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용도였다. 1970년대부터는 호주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와 협력해 해외에 어그를 수출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가운데 'G' 글자가 큰 로고의 어그는 미국의 브랜드다. 정확한 회사 이름은 UGG®로, 국내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1978년 호주 출신의 서퍼 브라이언 스미스는 UGG®의 모태가 되는 어그 회사를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했고, 1985년 미국에서 상표 등록했다. 이후 미국 신발회사 데커스 아웃도어 코퍼레이션이 스미스의 회사를 인수했고, 1999년 'UGG'를 상표 등록해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데커스 아웃도어는 또 호주에서 같은 발음의 브랜드 '어그(UGH)'의 상표 권리도 인수했다.
현재 'UGG Since 1974™'는 호주 외 국가에서 UGG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할 수 없다. 데커스 아웃도어가 130여개 국가에서 UGG 상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는 'UGG Since 1974™'의 어그는 'Since 74' 마크를 꼭 달아야만 한다.
UGG 상표권을 둘러싸고 미국 어그와 호주의 한 어그업체가 상표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6년 어그를 만드는 호주 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레더'는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고객에게 어그 부츠 13켤레를 판매했는데, 데스커 아웃도어는 오스트레일리안 레더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UGG가 양털 안감이 있는 부츠를 뜻하는 일반적인 명사인지, 미국 고객이 인식하는 브랜드(데커스 아웃도어)의 이름인지를 두고 다퉜다. 오스트레일리안 레더는 어그가 상표명으로 등록되기 전에는 미국에서도 일반명사로 사용됐다며 단어 어그는 상표 등록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법원은 1과 2심에서 오스트레일리안 레더에 45만 달러(약 5억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