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명태균 관련 질문에…尹 '부부싸움 많이 해야 할 듯'

尹 140분 기자회견 뭐가 달랐나
"알맹이 없어" vs "진솔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 사과
담화 15분, 질의응답 약 2시간
특검법 등에 기존 입장 유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말미에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은 형식과 어조 등에서 이전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명태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인적 쇄신 등 내용적으로는 기존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질의응답은 2시간 이상 진행했고, 총 26개 언론사 질문을 받았다. 이전과 비교하면 질의응답 시간이 늘었으나, 당초 기대된 '끝장 토론'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담화문 분량은 대폭 줄이고 질의응답 비중을 크게 늘려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국민담화는 오전 10시 시작해 약 15분간 진행됐다.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42분) 때는 물론,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22분) 때와 비교해도 담화 분량이 줄었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진 만큼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앉아서 시작했다. 담화 초반부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옆으로 이동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면서도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렸다"고 했다. 또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질의응답은 125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총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지난 8월 회견에서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 추진과 정부 성과에 대한 발언 비중이 커 '자화자찬' 논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 이날은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등을 둘러싼 의혹 해소에 집중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돌발성 발언도 몇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당선 후 내조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최재영 목사, 명태균씨 등 신분이 불명확한 인사들과 접촉을 이어온 것에 대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며 지쳐서 집에 와 쓰러져 자고 나면, (김건희 여사가) 새벽 5~6시에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보고 계속 답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하며 "(김 여사에게) 왜 잠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고 묻자 "(김 여사가) '지지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거 좀 잘해라. 고맙습니다 혹은 잘 챙기겠다는 답을 해야지. 이분들도 유권자인데'라고 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각종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전반적인 입장은 기존 대통령실 해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특검을 할지말지를 국회가 결정하고,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며 추후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명태균씨와의 통화 녹취 공개로 불거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대통령실·내각 인적 쇄신 관련 질문에는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 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질의응답이 2시간5분 정도 진행되긴 했으나 더이상 질문이 없을 때까지 하는 '끝장 토론'까지 하진 않았다. 회견 초반 윤 대통령은 질문에 답변한 뒤 "더 궁금한 게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의지를 보였지만 후반부에는 "하나 정도만 하자, 목이 아프다"며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정혜전 대변인은 "시간 관계상 모든 분들께 기회를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한다"고 했다. 담화 및 회견은 총 140분간 진행됐다.

회견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 반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에는 기자회견 전후 한국갤럽 기준 대통령 지지율이 24%로 큰 변화가 없었고, 8월 기자회견 전후로는 27%(8월 4주)에서 23%(9월 1주)로 오히려 하락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반등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담화)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좀 이르다"면서도 "전해지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우리 국민들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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