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 대응을 강화한다.
위장수사 범위를 확대 적용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신분 비공개 수사에 착수한 뒤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탄력성을 부여했다. 특히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한 수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소지하거나 시청하기만 해도 최대 징역 3년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김종문 국무조정실 1차장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학가 딥페이크' '중고생 딥페이크 집단 유포' 등 사건을 계기로, 김종문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TF를 구성했다. 허위 영상물 제작은 물론, 소지·시청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시급한 입법·행정조치를 우선 실시해왔다.
이날 발표된 대응 강화방안은 국무조정실 주관 아래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국방부·여성가족부·방송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했다. 정부는 ▲강력한 처벌 및 수사 대응력 확대 ▲플랫폼 책임성 제고 ▲신속한 피해자 보호 ▲맞춤형 예방 교육 등 4대 분야에 중점을 두고 10개 과제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처벌 강화' 측면에선 성적 허위 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까지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보기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를 편집하거나 반포하는 행위도 불법 촬영물과 동일하게 법정형을 5년에서 7년으로 상향했으며, 반포 목적을 갖고 영상물을 유포한 게 아니더라도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영상·이미지를 활용한 성범죄물로 협박·강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처벌 수위를 더 높였다. 기존에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양형기준이 협박 1년·강요 3년이었지만, 지금은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을 거쳐 협박 3년·강요 5년까지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허위 영상물을 이용한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는 규정도 신설할 방침이다.
'수사 대응력'에 있어서도 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위장수사 확대'와 '신분 비공개 수사'로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마약 범죄 등에 허용된 선진 수사기법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만 위장수사를 허용했지만, 이제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도 확대 적용한다. 위장 신분으로 계약·거래 등을 통해 증거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허가를 거쳐 엄격한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아울러 신분 비공개 수사는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신속히 수사에 착수한 뒤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예컨대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방식으로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해외 플랫폼의 국내망 이용구간을 감청 수사하는 모니터링 기법 등 선진 수사기법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검·경 간 핫라인 구축을 통해 상시적인 협업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 중대 디지털 성범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 구속수사'를 엄격히 적용하도록 사건처리 기준과 매뉴얼을 개선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관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 정비·협의도 함께 추진한다. 2020년 6월부터 4년간 성적 허위 영상물 관련으로 기소된 87명 중 34명이 집행유예를 받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당국은 성착취물 등이 유통되는 텔레그램 등 플랫폼에 대한 사업자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적극적인 해석을 적용하기로 했다.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려 오픈채널 접속 링크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행위도 '청소년 유해물 제공·매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대리인 지정, 시정명령 등 의무사항을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
네이버, 메타 등 기존에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역시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선(先) 차단 후(後) 심의' 제도를 마련했다. 사업자가 영상물 등에 대한 삭제 요청을 받았지만, 성범죄물 여부 판단이 어려울 경우 차단 조치를 먼저 시행하도록 개선했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하는 것이 의무다. 또 불법촬영물 등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사업자의 '24시간 시한'에 따라 그 결과를 의무적으로 방심위에 제출해야 한다.
성범죄 예방 측면에선 학생·교사·학부모·공공기관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홍보에 나선다. 미성년 학생의 경우 '전면적 인식 제고'에 방점을 뒀고, 공공기관은 예방교육을 의무화했다.
김종문 1차장은 "앞으로도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를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피해 지원, 단속 강화, 법안 통과, 예산 확보 등 후속조치를 면밀하게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