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누가 이기든 '원저 현상' 이어진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수지 적자, 글로벌 교역 입지 약화 등 취약해진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달러화 추이 변화가 원화 가치 하락에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필요시 대응 수단을 점검하며 미 대선 상황에 따른 한국 시장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외환 당국은 미 대선 이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선 결과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는 7일 오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실물경제·금융시장 관련 부처회의를 열어 대선 결과가 국내외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이번 주중에 부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강달러 기조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최근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70원가량 오르며 1390원 부근까지 치솟은 것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악재로 선반영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공약 중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단기적으로 강달러 우려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정책들이 미국 경기와 금리 인하 속도,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의 변수와 함께 작용해 대선 뒤에도 달러가 추세적으로 강세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재정적자 감축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그가 당선되더라도 재정적자 증가가 추가 국채 발행,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으면서 요동치던 원화는 지난달 달러당 1390원 선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출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까지, 해리스 당선시 14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강달러, 주변국 통화 약세 등 대외 요인뿐만 아니라 취약해진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내국인의 해외투자 수요 확대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누가 당선되든 추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눈에 띄게 불어나는 재정적자 리스크와 세계 수출 제조업에서 한국 비중의 하락세 등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과거 2016년 미국 대선 때처럼 단기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는 트럼프와 맞붙었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다가 트럼프 당선이 서프라이즈로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강달러와 함께 채권 금리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두 후보 모두 재정 적자를 확대하는 공약을 내건 만큼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수급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채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공화당이 대선에서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까지 장악하는 레드웨이브가 실현되면 트럼프 공약대로 법인세율 15%로 인하 등 감세 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미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연방예산위원회(CFRB)에 따르면 이로 인해 향후 10년간 미 연방이 떠안는 재정적자는 7조7500억달러(약 1경693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도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규모는 3조9500억달러(약 5450조원)로 트럼프에 비해선 낮은 수준으로 전망된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3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를 최대 43bp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경계심리가 작용하며 장초반 138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환율은 전장 대비 4.6원 내린 1374.0원으로 개장한 뒤 점차 낙폭을 줄이다가 상승 반전했다. 미 대선 주요 경합주 출구조사 결과에 따라 환율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