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호텔신라가 면세점 실적 악화로 3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면세업계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외국인을 끌어모으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수수료 경쟁까지 나섰지만,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수익성은 되레 악화됐다.
6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면세점 총매출액은 1조194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매출인 1조3274억원보다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월부터 9월까지 면세점 총매출액은 면세점들의 3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 기간 모두 지난해보다 저조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9월 면세점에선 외국인들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외국인 매출은 9315억원으로 지난해 1조805억원보다 15%가량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외국인 매출이 크게 발생하는 시내 면세점들의 매출액은 총 9450억원으로 지난해 (1조1140억원)보다 약 2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내국인 매출은 2469억원에서 2726억원으로 300억원 정도 늘었다. 9월 추석 연휴가 껴 있어 해외로 향하는 내국인이 많았던 영향이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이용객 수와 내국인 이용객 수는 지난해보다 많아졌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을 오고 가는 외국인과 내국인은 많아졌지만, 면세점 제품에 대한 구매 유인이 떨어지면서 이용자 수는 매출과 연동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면세점 매출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저하, 고환율과 면세 상품들의 경쟁력 저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하는 채널들이 많다 보니 내국인들은 면세점 물건 구매에 나서지 않고, 외국인들은 관광 트렌드 변화로 면세점보다는 편의점, 소매 채널 등에서 물건 구매에 나서고 있다.
모객을 위한 면세점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들은 매출 방어를 위해 3분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게 주던 송객수수료를 소폭 올리는 전략과 중국인 개별 관광객(산커) 유치를 위해 마케팅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고, 이익만 갉아먹었다.
실제 면세점 중 제일 빠르게 실적 발표에 나선 호텔신라는 면세사업 부문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면세 부문 매출액은 8448억원, 영업손실은 38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영업손실(163억원)보다 200억원가량 더 확대됐다. 공항 임차료 부담에 시내 면세점 할인율을 높인 것이 이익에 부정적이었다.
다른 면세점도 비슷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경우 3분기 중 희망퇴직을 실시해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이익 감소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면세점은 최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표이사와 브랜드아이덴티티(BI)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좋아지기 전까지는 면세업계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국인 손님 모집에, 멤버십 출시 등으로 내국인 고객 확보에도 나서봤지만, 성과가 좋지 못해 지금은 면세업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면세업황 부진을 고려해 특허수수료 산정 기준 개편, 입국장 인도장 도입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허수수료는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이다. 면세업계에서는 매출액보다는 영입이익으로 수수료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특허수수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 매출분부터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 주고 있지만 적자 폭이 커지고 있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은 물건을 들어올 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여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면세업계는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부터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인도장을 시범 운영해 긍정적인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이런 내용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빠르게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인도장은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지만, 입국장 면세점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특허수수료의 경우는 정부의 세수 문제와 직결돼 진척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