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전공의 이탈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이 10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8월 사망자 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 의사가 부족하고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올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겨울철 사망자 수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사망자 수는 3만2244명으로 지난해 8월(3만540명)보다 5.6% 증가했다. 월별 사망자 수 기준으로도 올해 2월 의료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월간 사망자 수는 5월 한 달을 제외하곤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다. 지난 2월 사망자 수는 2만997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3만1160명과 2만8659명이 사망해 전년 동월 대비 7.6%, 4.0% 많았다. 6월과 7월엔 각각 0.6%, 0.4%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8월엔 다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올해 2~8월 전체 사망자 수는 20만57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만8450명)보다 3.7% 늘었다.
의료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가오는 겨울철 사망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망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초겨울부터 한겨울까지 평소보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2~9월 월평균 사망자 수는 2만8352명이었지만 찬 바람이 부는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월평균 사망자 수는 3만1470명에 달했다.
오승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환기가 잘 안 돼 감염성 질환과 호흡기 질환이 많아지기 때문에 독감과 코로나19 환자도 늘어난다"며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고혈압과 당뇨 등 기존 대사질환이나 만성질환 환자들의 상태도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특히 합병증이 생길 위험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이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며 "이런 위험들로 겨울철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 부족과 누적된 피로 또한 겨울철 의료대란을 더욱 우려하게 만든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나간 후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교수들이 지칠 대로 지쳤다"며 "절대적인 의료진 부족과 피로 누적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겨울 비상진료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17일 브리핑을 통해 "겨울철은 (의료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시기"라며 "호흡기, 심뇌혈관, 감염병 등에 대한 비상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겨울 비상진료대책을) 준비하고는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